시의회가 전액 삭감한 ‘시장 공약사업’은 청년 대중교통 요금 지원 78억원, 서울런 플랫폼 구축 32억원, 서울 영테크 7억원 등이다. 1조1239억원으로 편성된 추경 규모나 44조원이 넘는 올해 본예산과 비교할 때 많다고 하기 어려운 금액이다. 이 정도 예산이 임시회 회기를 연장하고 재심사를 벌일 만한 사안인지 강한 의구심이 든다. 더구나 시의회는 이 예산들이 추경에 반영해야 할 만큼 시급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 설치 등으로 수백억원이나 증액한 시의원 관심 사업은 추경에 넣어야 할 만큼 다급한가. ‘오세훈 예산’이라며 삭감한 것이나 국회의 ‘쪽지예산’을 닮은 끼워넣기 증액이나 모두 6월 지방선거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시의회와 시 집행부 대립은 지난해 보궐선거로 오 시장이 당선된 이후 계속됐다. 시의회는 심지어 ‘시장 발언 중지·퇴장 조례’까지 만들어 상위법 위반의 월권 논란까지 빚었다. 오 시장이 시 주변의 무수한 관변단체로 가는 무분별한 보조금과 민간위탁 사업에 대한 감사에 나서면서 불거진 일이었다. 당시 오 시장을 향한 시의회의 비난은 다시 봐도 섬뜩할 정도다. 그런 대립이 ‘코로나 극복용’이라는 추경 심의에서도 재연된 것이다.
전체 110석 중 99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 중심의 시의회도, 오 시장도 모두 우열 없는 ‘선출 권력’이다. 보편적 현대 민주국가 개념으로 보면 양쪽 다 ‘선거를 통한 봉사직’이라는 게 맞다. 서로 건전한 감시와 생산적 협력으로 시민 이익을 극대화하는 게 지방자치단체의 ‘풀뿌리 민주주의’ 취지에 부합하는 길이다. 지금은 전국 지방의회가 광역·기초 할 것 없이 모두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게 현실이지만, 당초 무보수 명예직으로 시작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퇴행적 여의도 정치를 흉내 내는 것은 서울시만의 폐단이 아니다. ‘대장동 게이트’가 의혹투성이로 커지기까지 관할 성남시의회가 한 게 뭔가. 주민들은 온데간데없고 정파의 이익만 다투는 곳이 지방의회의 민낯이 아닌가. 이런 실태에서 지역 단체장과 의원들을 가려 뽑는 선거가 무슨 의미를 갖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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