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현대자동차그룹의 경기 화성 남양연구소. 미래 모빌리티 연구개발(R&D)의 핵심 거점인 이곳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현대차그룹 간 뜨거운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국가 미래 먹거리 중 하나인 모빌리티 기술·산업 육성 방안을 찾기 위해서다. 경제계 관계자는 “새 정부가 일자리 창출이나 경제 성장의 주체가 정부가 아니라 민간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안 위원장은 연구소 도착 직후 정 회장과 함께 자율주행차인 ‘쏠라티 로보셔틀’에 탑승해 행사장인 현대디자인센터까지 이동했다. 쏠라티 로보셔틀은 비상 상황에도 운전자 개입이 필요 없는 ‘레벨 4’ 수준의 완전 자율주행 기술을 장착했다. 로보셔틀 시승은 안 위원장이 자율주행 기술에 높은 관심을 보여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안 위원장 등은 로보셔틀에서 내린 뒤 로봇개 ‘스팟’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행사장에 입장했다. 스팟은 현대차그룹이 인수한 세계 최고의 로봇 기업인 미국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설계한 네 발로 걷는 로봇이다. 지난해부터 자동차 생산현장에 투입돼 안전관리 업무를 맡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개발 중인 하반신 완전마비 환자를 위한 의료용 로보틱스에 대해 현동진 로보틱스랩장은 “신기술 허가를 신청하는 와중에 새로운 규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기술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지 예상되기 때문에 방해가 될 규제는 미리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래 항공 모빌리티(AAM) 상용화와 관련해선 비행금지구역이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안 위원장은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으로 이전하면 비행금지구역이 더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AAM 개발을 담당하는 이중현 팀장은 “다른 루트를 찾아보고 있다”고 했다. 정 회장은 “도시도 중요하지만 우리나라에 섬이 많다”며 “섬에 계신 분들에게 AAM이 필요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끝으로 “미래 모빌리티산업은 대한민국을 먹여 살리는 반도체와 스마트폰을 이을 국가 전략 산업이자 과학기술 중심 국가 건설의 핵심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도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을 가리지 않고 의미 있는 과학기술 현장이라면 어디든 가겠다”고 했다.
정 회장은 “자동차산업은 반도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수소연료전지 등 첨단 미래기술과 융합하고 서비스산업과 결합해 새로운 모빌리티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대차그룹은 미래 모빌리티 경쟁력을 강화해 대한민국이 글로벌 혁신 선도국가로 전환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안 위원장은 대선 후보 시절 ‘초격차 기술 5개만 육성하면 삼성전자급 회사 5개를 가질 수 있고, 세계 5대 경제강국이 될 수 있다’는 국가 운영 전략을 제시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과학기술 선도국가’ 공약에도 담겨 있다.
김일규/좌동욱 기자 black0419@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