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값 쇼크…폐업 내몰린 제조업 '뿌리'

입력 2022-04-08 17:35   수정 2022-04-18 15:44


부산에 있는 자동차부품 도금업체인 A사는 지난달 부도가 나면서 사장이 임금 체불 및 거래대금 미지급 등 사기 혐의로 구속됐다. 도금에 필요한 니켈 가격이 1년 새 두 배 이상 급등하면서 원자재값 부담을 더는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손실이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자 인근 B사 사장은 ‘야반도주’를 택했다.

연 매출 200억원 규모인 경남 창원의 한 기계 도금업체도 같은 이유로 최근 문을 닫았다. 이 회사에 장비를 납품하던 기계설비업체와 도금액을 대던 화학약품업체도 덩달아 쓰러졌다.

니켈·아연·구리와 같은 주요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내 제조 중소기업들이 잇달아 조업 중단과 부도 위기에 몰리고 있다. 특히 자동차 스마트폰 선박 등 국내에서 생산하는 모든 제품의 ‘마무리 공정’에 쓰이는 표면처리(도금)업계 상황이 심각하다. 영세한 기업 규모에 5년째 납품 단가까지 제자리걸음을 한 탓에 위기를 극복할 체력을 다지지 못해서다.

니켈·아연과 같은 도금업 핵심 원자재 가격은 글로벌 공급망 교란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급격히 치솟았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도금의 주요 재료인 니켈 가격은 지난 7일 기준 t당 3만3500달러로 1년 새 103%나 뛰었다. 같은 기간 아연값은 51%, 구리 가격은 15% 올랐다.

한국표면처리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최근 수도권과 부산지역에서 폐업이 급증하면서 1년 새 회원사가 320곳에서 250곳으로 70곳이나 줄었다. 박평재 표면처리조합 이사장은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이 정도로 폐업이 많지는 않았다”며 “팔면 팔수록 손해기 때문에 업계 전체가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금업계의 위기는 자칫 스마트폰과 자동차부터 선박, 항공기 부품까지 산업계 전 분야의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 국내 업체를 대체할 해외 도금업체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도금작업을 하더라도 선박이나 항공편으로 반제품을 들여와 다시 국내에서 조립해야 해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안대규/민경진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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