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관련 세금 인하를 추진하고 있다. 현 정부인 문재인 정부는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부담을 낮추는 정책을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부담을 낮추기로 했다. 다음 정부가 출범하면 즉시 정책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이로 인해 부동산 보유자들의 셈법은 복잡해졌다. 주택 처분 시점에 따라 세금이 크게 변동할 수 있어서다.
윤 정부는 출범일에 즉시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다음달 11일 이후 잔금을 치르는 경우부터 1년간 양도세 중과세율을 적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현 정부가 전격적으로 인수위의 의견을 수용할 경우 이보다 빠른 시점에 중과 배제가 적용될 수도 있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국세청 간이세액계산기를 활용해 2주택자 A씨가 10억원(제반 비용 포함)에 산 집을 20억원에 파는 경우를 살펴보면, 현 제도 아래서는 양도차익 10억원에 대해 5억8305만원의 양도세가 과세된다. 양도소득기본공제 250만원을 제한 뒤 남은 과세표준에 최고세율 62%(중과세율 20%포인트 포함)를 적용한다.
하지만 윤 정부 출범 이후 제도가 바뀐 뒤 잔금을 치른다면 세액은 2억원가량 줄어든 3억8355만원이 된다. 중과세율이 적용되지 않아 최고세율이 42%로 낮아지기 때문이다. 인수위는 이같이 세금을 깎아주면 부동산 매물이 상당수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양도세 부담이 낮아진 다주택자가 대거 매물을 내놓으면 가격이 안정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중과세율은 완전히 폐지하고 양도세 기본세율도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주택자가 이 같은 혜택을 받기 위해 1주택자가 되려면 오는 6월 1일 전 집을 파는 것이 중요하다. 이날 보유 현황을 기준으로 종부세와 재산세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앞서 A씨가 20억원에 매도하려는 집(공시가 15억원) 이외에 공시가 12억원짜리 집을 함께 갖고 있다고 하면 6월 1일 이후 거래가 완료될 경우 세금을 수천만원 더 내야 한다. 합산 공시가액 27억원에서 6억원을 공제한 뒤 3.6%의 세율로 과세하는데 종부세액은 5940만원(연령 공제 등이 없다고 가정)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윤 정부 출범과 함께 소득세법 시행령이 개정된 뒤 20억원에 집 하나를 매도하면 세액은 수십만원 선으로 낮아진다. 1가구 1주택자는 공제액이 11억원으로 많아진다. 적용 세율도 더 낮다. 이에 더해 공시가 기준까지 변경되면 종부세를 아예 안 낼 수도 있다. 서울 마포구에 있는 공덕 삼성아파트(전용면적 114.88㎡)의 경우 올해 공시가격은 12억2200만원으로 종부세를 내야 하지만 작년 공시가(10억1300만원)가 적용되면 종부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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