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중에도 꽃이 피고, 화마가 지나간 자리에도 다음 해 봄이면 새잎이 돋아납니다. 이번 부활절이 그간 코로나로 위축됐던 모든 것을 털고 새로 출발하는 모멘텀이 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지난 2월 돌아가신 이어령 선생님이 말씀하신 ‘코로나 패러독스’를 이뤄야지요.”
오는 17일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열리는 ‘2022 한국교회 부활절 연합예배’에서 설교를 맡은 소강석 새에덴교회 담임목사(60)의 말이다. 흑사병이 유럽 전역을 휩쓸고 간 뒤 오히려 영국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리는 ‘팍스 브리태니카’를 열었고, 페스트의 종착지였던 프랑스는 유럽 문화의 중심지로 발전했다. 코로나 패러독스라는 말도 코로나19를 반전 모멘텀으로 삼아 생명의 가치를 일깨우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소 목사는 개신교 양대 교단의 하나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 합동) 총회장과 개신교 최대 연합기구인 한국교회총연합회 대표회장을 지낸 개신교계의 대표적 리더다. 지난 8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를 방문한 소 목사에게 부활절을 맞는 소회와 부활의 의미 등을 물었다.
▷3년째 계속되고 있는 코로나19 속에서 다시 부활절을 맞습니다. 올해는 모처럼 대규모 대면예배를 드리게 돼 감회가 새롭겠습니다.
“1947년 4월 6일 서울 남산의 조선신궁 터에서 일제강점기 신사참배를 회개하고 광복에 감사하는 예배를 드린 것이 첫 부활절 연합예배였어요. 이후 한국 교회가 6·25전쟁 때에도 중단 없이 지켰던 것이 부활절 연합예배인데 코로나19로 적잖은 어려움을 겪은 게 사실이지요. 2020년에는 온라인 영상예배로 진행했고, 지난해에는 수용 가능 인원의 10%만 참석한 채 예배를 드려야 했으니까요. 올해는 예배당 좌석 수(1만2000석)의 70%를 채울 예정이라 8000명 이상이 참석할 겁니다.”
▷주일예배를 중시하는 교회로선 그동안 어려움이 많았겠네요.
“정부가 큰 교회나 작은 교회나 일률적으로 19명까지만 대면예배를 드리게 한 것은 큰 오욕의 역사를 남긴 일이라고 봅니다. 교계의 반발도 있었고요. 저는 그럴 때일수록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마케팅 거장인) 세스 고딘이 말한 ‘보랏빛 소’ 전략과 같은 하이 콘셉트(high-concept)가 필요하죠. 현장 예배를 지키면서도 온라인 예배를 병행하니 지역사회에서도 호평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의 부활에 대해선 알지만 이것이 기독교에서 얼마나 중요한 사건인지 모르는 분들을 위해 부활의 참의미를 설명해주십시오.
“예수님의 부활은 한 사람의 부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첫 열매로 부활한 겁니다. 농사를 지어보면 알지만, 첫 수확에 성공하면 나중의 수확은 저절로 보장됩니다. 마찬가지로 예수님은 첫 열매로서 부활한 것이고, 그분을 믿음으로써 우리 역시 나중 열매로 부활하게 됩니다. 부활은 또한 재창조의 시작입니다. 아담과 하와가 죄를 지어 모든 세계가 오염됐을 때 ‘둘째 아담’이신 예수님이 죄 사함을 받음으로써 새로운 창조의 세계를 여셨습니다. 그게 바로 새 생명의 역사, 거듭남의 역사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이 우리 안에 계시므로 언젠가 주님이 다시 오면 우리도 부활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기독교인에게는 부활이 엄청나게 중요한 겁니다.”
▷이번 부활절 연합예배에서 설교를 맡았는데, 어떤 말씀을 들려줄 생각입니까.
“부활은 역사적 팩트(fact)라는 걸 분명히 말씀드리고, 부활이 오늘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는지 살펴보려 합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자신의 죽음으로 인해 절망한 사람들에게 일일이 찾아가서 감동과 함께 새로운 희망을 주셨습니다. 여러 이유로 서로 충돌하고 분열된 우리 사회에 지금 필요한 것이 부활의 화해 정신입니다. 우리 기독교가 화해와 희망의 정신으로 이 시대의 이정표가 된다면 그게 나비효과를 일으켜 사회 전체가 희망과 화해의 사회로 가게 되지 않을까요.”
화해와 통합을 강조하면서 톤이 높아졌다. 소 목사는 교계든 일반 사회든 자기의 목표나 목적만 고집하는 데서 문제가 생긴다고 강조했다. 경영 대가 짐 콜린스의 말을 인용해 “위대함의 가장 큰 적은 좋음이라고 했는데, 이대로가 좋다고 여기니 위대함으로 못 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3년째 이어지는 코로나 팬데믹이 인류에게 어떤 점을 시사할까요.
“인간의 오만을 깨닫게 하려는 시그널이 아닌가 조심스럽게 생각합니다. 인공지능이 인간지능을 넘어서는 싱귤래리티(singularity·특이점)가 와도 코로나를 극복할 단서 하나 주지 못합니다. 백신이 나왔다고 해도 인간은 역시 겸손해야 합니다. 교회 또한 너무 제도화, 형식화된 데서 벗어나야 합니다. 세계적인 신학자 한스 큉은 21세기엔 영성에 대한 목마름은 커지는 반면 제도교회에는 거부감을 갖게 될 것이라고 했는데 정확한 예견입니다.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며 사랑을 나눴던 초대 교회의 전통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사상 유례없는 갈등사회인데, 어떻게 하면 좀 더 화합하면서 살 수 있을까요.
“진보, 보수로 갈라치기를 하는 건 등산적 사고전략입니다. 이것은 산의 정상에 가겠다고 목표를 세우면 바람이 불건 비가 오건 가야 하는 겁니다. 그러니 이념적으로 갈라치기를 하면서 여론을 무시하고 조작도 하죠. 문재인 정부의 시작은 얼마나 화려했습니까. 하지만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던 약속은 끝내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정치는 파도타기 사고전략을 해야 합니다. 갑자기 해일이 오면 방향도, 방법도 바꿔야죠.”
▷윤석열 정부가 좋은 성과를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새 정부는 첫째도 국민, 둘째도 국민, 오직 국민만을 목표로 해야 합니다. 여론을 보면서 국민적·사회적 합의를 이뤄야지 자기의 신념만 앞세우면 안 됩니다. 전 정부의 실패를 봤으니 국민과 소통하면서 잘하겠지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과 핵 위협 등으로 정세 불안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지난 5년 동안 가장 아쉬운 게 한·미 관계가 약화되고 미국의 신뢰를 잃은 겁니다.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정치쇼가 아니라 진정성을 가지고 남북 문제를 풀어가야 합니다. 정부가 한·미동맹을 강화하면서 한국 교회를 선용했으면 합니다. 국가끼리 총부리를 겨눠도 종교는 화해의 중재자가 될 수 있으니까요.”
▷새에덴교회가 2007년부터 매년 열어온 6·25전쟁 참전용사 초청행사가 올해도 열리나요.
“올해는 미국에서 행사를 열 예정입니다. 국내에서는 국내 참전용사 초청행사를 열고요. 오는 7월 28일에는 워싱턴DC의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공원에 전사자들의 이름을 새긴 ‘추모의 벽’이 준공됩니다. 2016년 10월 ‘추모의 벽 건립법’이 미국 상원을 통과한 뒤 한·미 양국 정부와 각계 인사들의 지원으로 세워지게 됐는데, 우리 교회도 여기에 10만달러를 냈습니다. 준공식 때 제가 축시를 낭송할 예정인데, 양국 대통령이 참석하길 기대하고 있어요.”
▷현실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힘들어하는 청년이 많습니다. 이들에게 줄 메시지가 있습니까.
“주어진 현실보다 마음가짐이 중요해요.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라고 좌절하는 대신 ‘이생찬’(이번 생은 찬란하다)을 외치며 창의적 사고를 하게 되면 반드시 기회가 옵니다. 어떤 겨울도 새봄을 이길 수 없습니다. 참고 견디면 코로나 패러독스를 보게 될 겁니다.”
맨땅서 맨몸·맨손으로 신자 5만명 교회 일군 '3M 목사'
투박한 인상과 달리 소 목사는 매우 감성적이며 다재다능하다. 1995년 문예지를 통해 등단한 시인이자 수필가로, 설교 원고 외에도 일간지 및 교계 매체 칼럼 기고, 시집과 에세이집 출간 등 왕성한 필력을 자랑한다. 지난해 발표한 시집 《외로운 선율을 찾아서》를 비롯해 70여 권의 저서를 냈다. ‘필’이 꽂히면 작사, 작곡도 할 만큼 음악도 좋아한다. 제33회 윤동주문학상, 제34회 한국기독교출판문화상 최우수상, 천상병문학대상 등 수상 이력도 화려하다.
견고한 신학적 바탕 위에 폭넓은 독서를 통해 전하는 설교 메시지도 호평받는 요인이다. 소 목사는 인터뷰 도중 한스 큉 같은 신학자부터 세스 고딘, 짐 콜린스 같은 경영학자까지 다양한 전문가들을 인용하며 자신의 메시지를 쉽고도 선명하게 전했다.
2007년부터 새에덴교회가 한 해도 빠짐없이 열어온 6·25전쟁 참전용사 초청 행사는 그의 남다른 역사의식을 보여주는 사례다. 2006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만난 한 백발의 참전용사가 한국을 방문하고 싶지만 여건이 되지 않아서 갈 수 없다고 하자 소 목사는 고맙고 미안한 마음에 큰절부터 올린 뒤 참전용사를 초청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그는 매년 수십 명의 해외 참전용사를 한국으로 초청해 보은 행사를 열어왔다. 코로나19로 대면행사가 어렵게 되자 지난해에는 온라인 화상 행사를 최초로 열었다.
서화동 논설위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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