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선 기준은 실력과 협치…하마평 전혀 없던 이종호·정호영·박보균 '깜짝발탁'

입력 2022-04-10 18:11   수정 2022-04-11 01:14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발표한 1차 내각 인사에 대해 정치권에선 “실력과 협치 등 두 가지 기준이 엄격하게 적용됐다”는 해석이 나왔다.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전문가를 사령탑으로 기용하고 경험 있는 관료들이 이를 뒷받침하도록 하려는 윤 당선인의 인사 원칙이 윤곽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여소야대의 정치 지형을 고려해 인사청문회 통과에 무리가 없는 인사를 중용하겠다는 인사권자의 의지도 이번 1차 내각 인사에 잘 드러났다. 그동안 거론되지 않았던 전문가들이 약진한 가운데 정치인과 관료 출신이 적절하게 배치된 것도 특징이다.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인사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인사다.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기재부 1차관을 지낸 뒤 여의도에 입성, 경제 관련 상임위원회를 두루 거쳤다. 관직에 있을 때는 물론 국회에 입성한 뒤에도 “자기관리에 결벽증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윤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는 “이번 내각 인사의 가장 큰 특징은 실력을 우선시하면서 여당의 반대를 최소화할 수 있는 인물이 다수 포함된 점”이라며 “추 의원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라고 전했다.

‘깜짝 발탁 인사’가 다수 등장한 것도 주목받는 대목이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등은 그동안 하마평에 오르지 않았던 인사들이다. 반도체, 의료행정, 언론 등 해당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라는 게 인수위 측 설명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역시 예상치 못했던 깜짝 인사다. 당초 국토부 장관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던 김경환 전 국토부 1차관,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등은 인사 검증 단계에서 다주택 소유와 사외이사 경력 등이 문제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원 후보자는 제주지사로 당선된 뒤 서울 목동 아파트를 매각하고 제주시에 주택 한 채만 보유하는 등 도덕성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국회의원 3선에 제주지사를 연임해 인사청문회 통과에 큰 걸림돌이 없는 것도 강점으로 평가됐다고 한다. 원 후보자가 윤석열 정부의 핵심 과제인 부동산 시장 안정에 성과를 낼 경우 향후 차기 대선 등을 겨냥한 정치적 행보가 탄력을 받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정치권에선 원 후보자의 중용을 두고 “윤 당선인의 인사 방침에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는 관측도 나왔다. 국민의힘 한 중진의원은 “‘윤핵관(윤석열 핵심 측근)’ 그룹의 집중 견제를 받았던 원 후보자가 내각에 중용되고, 권성동·장제원 등 측근들이 줄줄이 당으로 복귀하는 게 심상치 않다”며 “권력 중심부에 미묘한 변화가 생기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내부 인사 검증이 예상보다 깐깐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고용노동부, 해양수산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인사도 이날 함께 발표될 예정이었지만 인사 검증이 지연되면서 일정이 뒤로 밀렸다.

이날 1차 내각 인사 발표에 대해 “영남권 비중이 높다”는 비판도 나왔다. 8명 중 영남 출신은 추경호(대구) 이종섭(국방부 장관·경북 영천) 정호영(대구) 이창양(산업통상자원부 장관·경남 고성) 이종호(경남 합천) 후보자 등 다섯 명에 달했다. 장태수 정의당 대변인은 이번 인사에 대해 “경육남(경상도 출신 60대 남성) 잔치판”이라며 “‘30대 장관이 한두 명도 아니고 여럿 나올 것’이라던 대통령 당선인의 호언장담은 어디로 갔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직격했다.

내각 추가 인선은 이르면 이번 주말께 이뤄질 전망이다.

좌동욱/양길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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