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싫어"…조국 떠나는 '고학력' 젊은 러시아 인재들

입력 2022-04-11 10:34   수정 2022-05-03 00:03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조국을 떠나는 러시아인들이 급증했다. 이중 상당수가 젊은 고학력 인재들이라 중장기적으로 러시아의 첨단산업이 위축되고 경제발전 역시 저해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비영리단체 OK러시안의 자료를 인용해 지난 2월 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30만명 가량의 러시아인이 출국했다고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의 공식 통계로 2020년 연간 50만명이 이민을 택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단기간 인력 유출 규모가 매우 컸음을 알 수 있다. 이들의 주 행선지는 조지아, 아르메니아, 터키 등이다. 전문가들은 고국을 떠나는 러시아인들이 앞으로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러시아를 떠나기로 한 사람 중 상당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강한 젊은 고학력자다. OK러시안에 따르면 러시아를 벗어난 사람들의 평균 나이는 32세로 이중 80%가 고등교육을 받았다. 이중 3% 만이 앞으로 몇달 안에 러시아에 돌아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전쟁 반대, 통제에 대한 공포, 어두운 경제전망 등을 이민 이유로 꼽았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엘리나 리바코바 이코노미스트는 “이미 이민을 갔거나 이민을 고려 중인 사람들 대부분이 청년층이고 고학력자”라며 “가장 생산성이 좋은 인구가 러시아를 떠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의 직업은 개발자, 과학자, 의사 등인 것으로 전해졌다. 콘스탄틴 소닌 미국 시카고대학 교수는 “이정도로 단기간에 많은 사람들이 러시아를 떠난 건 100여년 만에 처음”이라고 말했다. 1917년 러시아 혁명(볼셰비키 혁명) 당시를 연상케 한다는 뜻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푸틴 대통령 지지율은 83%를 기록, 전달(71%)보다 상승했다. 그러나 고학력 청년들 사이에서는 푸틴 대통령을 지지하는 비율이 낮다.

러시아의 첨단 기술산업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러시아 정부는 이달에만 기술 인력 10만명이 해외로 유출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미 5만~7만명의 근로자가 해외로 빠져나간 것으로 파악된다. ‘러시아의 구글’로 불리는 기술기업 얀덱스 등에서 퇴사하는 인력이 늘어나고 있다.

일부 기업가들은 자신의 사업까지 해외로 이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 첫 한달 동안 러시아인 5만명 이상이 아르메니아에 도착했고 러시아 기업 250곳이 이전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이전한 기업 수의 3배였다.

러시아 정부는 고학력 인재의 유출을 막기 위해 여러 방책을 동원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기술업계 근로자에게 병역 의무를 면제해주는 법안에 서명했다. 러시아 정부는 기술업종 종사자들에게 세제 혜택, 대출금리 우대 등을 제공하고 있다.

대규모 인력 유출로 러시아 경제가 중장기 침체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미 유럽부흥개발은행(IBRD)은 올해 러시아 경제성장률이 -10%로 역성장할 것이라고 봤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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