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준공 이후 2조원이 넘는 손실을 내며 동국제강의 ‘애물단지’로 불렸던 브라질 일관제철소(CSP·사진)가 작년부터 ‘슈퍼 호황’을 누리고 있다. 주력 생산제품인 슬래브(철강 반제품) 가격 급등으로 지난해 7000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올린 데 이어 올해에도 작년을 능가하는 실적을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모회사인 동국제강도 컬러강판과 철근을 앞세워 1954년 창사 이래 최대 실적에 도전하고 있다. ‘후판 명가(名家)’에서 2015년 사업 부진으로 부도 위기까지 몰렸던 동국제강이 화려한 부활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국제강은 지난해 ‘철강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창사 이래 역대 최대 규모였던 2008년(8562억원)에 버금가는 803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전년(2946억원) 대비 세 배 가까이 늘었다. 고철(철스크랩) 등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라 철근 판매단가가 올랐고, 컬러강판 판매가 급증한 영향도 톡톡히 봤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당기순이익이 늘면서 재무 안정성이 크게 개선됐다는 점이다. 동국제강이 지난해 올린 당기순이익은 5585억원으로, 전년(694억원) 대비 8배 이상 늘었다. 부채비율도 127.7%로, 2019년(179.6%)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동국제강은 2018~2019년 총 386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브라질 CSP가 2016년 준공 이후 2조2251억원의 누적 손실을 냈던 영향이 컸다. CSP의 손실은 동국제강 실적에도 반영된다. 동국제강은 지분 30%를 보유한 CSP를 회계상 공동기업으로 분류하고, 지분법을 적용하고 있다.
자본금 24억달러, 차입금 30억달러 등 총 54억달러를 투자해 2016년 준공했다. 지분율은 발레 50%, 동국제강 30%, 포스코 20%로 분산돼 있지만 모든 투자와 지급보증은 동국제강이 주도했다.
2016년 6월 고로 화입(火入) 당시만 하더라도 CSP는 동국제강의 미래를 견인할 사업으로 불렸다. 2015년 퇴진한 장 회장의 뒤를 이어 취임한 장세욱 부회장(사진)도 CSP에 공을 들였다. 하지만 CSP는 첫 해 905억원의 당기손익을 낸 후 2017년부터 2020년까지 2조2251억원의 누적 손실을 기록했다. 브라질 화폐인 헤알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막대한 환차손이 발생했고, 영업도 크게 부진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대반전이 시작됐다. CSP는 철강 반제품인 슬래브를 생산한다. 슬래브 수출가격(FOB)은 코로나19 사태 직후인 2020년 4월 ?당 334달러에서 1년만인 지난해 4월 867달러까지 급등했다.
CSP는 브라질 주정부로부터 필수 기반시설로 지정돼 코로나19 여파에도 공장 가동률을 90% 이상으로 유지할 수 있었다. CSP가 지난해 6986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수 있었던 배경이다.
헤알화 가치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동국제강에 따르면 지금까지 CSP 순손실의 80%가량이 외화부채 평가 손실이다. 헤알화 가치가 떨어지면 환차손에 따른 CSP 손실도 늘어난다.
작년 말 6헤알에 육박했던 브라질 헤알화의 미국 달러 대비 환율은 이달 들어 4.7헤알까지 하락(헤알화 가치 상승)했다. 다만 미국 금리 상승을 앞두고 브라질 등 신흥국에서 자금이 이탈하면 헤알화 가치가 다시 하락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헤알화 가치 변동과 관계없이 슬래브 등 제품 생산능력 확대를 통한 이익 실현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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