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골프황제’ 대관식이 열렸다. 주인공은 최근 두 달 동안 우승 트로피만 4개를 수집한 스코티 셰플러(26·미국). 그는 10일(현지시간) 끝난 ‘명인열전’ 마스터스 토너먼트까지 제패하며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 ‘셰플러의 시대’가 왔다는 걸 다시 한번 증명했다.
셰플러는 이날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GC(파72)에서 열린 남자골프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총상금 1500만달러)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1개, 더블보기 1개를 묶어 1언더파 71타를 쳤다. 최종 합계 10언더파 278타를 친 그는 생애 첫 메이저 트로피를 마스터스에서 들어올렸다.
셰플러는 지난 2월 13일 열린 WM 피닉스오픈 우승을 시작으로 마스터스 대회 전까지 3승을 쓸어 담았다. 3월 21일에는 세계랭킹 1위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이번 우승상금으로 270만달러를 받은 셰플러는 올 시즌 누적 상금 1000만달러를 돌파하며 상금 1위(1009만달러)를 질주했다. 메이저대회가 3개 남은 만큼 2015년 조던 스피스(29·미국)의 기록(1203만달러)을 뛰어넘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셰플러는 힘과 정교함을 두루 갖춘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통한다. 191㎝의 큰 키를 활용해 드라이버로 308야드(시즌 평균 비거리 랭킹 24위)를 날린다. 그린 적중률 6위(71.26%), 홀당 퍼트 수는 4위(1.697개)다.
셰플러만의 특징이 가장 크게 나타나는 스윙은 드라이버 샷이다. 다운스윙 후 양발로 지면을 세게 박차기 때문에 임팩트 직전 몸이 공중에 붕 뜬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장타자 렉시 톰슨(27·미국)도 비슷한 방법으로 샷을 한다. 박원 JTBC 골프 해설위원은 “무게 중심이 왼발로 모두 이동하기 전에 상체를 회전하는 스윙 방법”이라며 “완벽하게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일관된 샷을 하기 어려운 스윙”이라고 설명했다. 셰플러는 이를 연습량으로 이겨냈다.
3타 차 선두로 나선 셰플러는 전반에 2타를 줄이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17번홀(파4)이 끝났을 땐 2위 로리 매킬로이(33·북아일랜드)와 5타 차가 났다. 마지막 18번홀(파4)에선 ‘4퍼트’를 해 더블보기가 나왔으나 워낙 타수 차이가 커서 여유롭게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미국은 새로운 골프 황제의 탄생에 열광하고 있다. ‘명문 텍사스대를 나온 기독교인’이란 모범생 이미지에 정교한 샷이 더해지면서 전성기 때의 스피스를 연상케 해서다. 스피스는 2015년 당시 마스터스와 US오픈 등 메이저대회 2승을 포함해 5승을 휩쓸며 ‘차세대 황제’ 칭호를 얻었다.
5타 차 3위에서 역전 우승을 노리던 임성재(24)는 이날 3타를 잃고 최종 합계 1언더파 공동 8위에 올랐다. 2020년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해 이 대회 한국 선수 최고 성적을 냈던 임성재는 대회 두 번째 톱10을 기록했다. 임성재로서는 아쉬울 법한 한 주였다. 한국 선수 최초로 이 대회 단독 선두(1라운드)에 오르고도 결국 우승 경쟁에서 밀려났기 때문이다. 임성재는 “이 코스는 장타보다 정교한 샷이 중요한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며 “이 대회를 계기로 앞으로 큰 대회에서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아쉬운 마무리에도 수확은 있다. 2020년 11월 열린 마스터스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뒤 다시 돌아온 작년 4월의 마스터스에서 커트 탈락으로 부진했다. 이를 1년 만에 만회하며 자신감을 되찾았다. 임성재는 “11월에도 4월에도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최고의 컨디션일 땐 우승 기회도 있을 것 같다”고 자신했다.
임성재는 오는 9월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국가대표로 출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임성재는 “개인전은 몰라도 (동료들과 함께 출전하는) 단체전에선 금메달을 획득할 자신이 있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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