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8원 오른 1233원10전에 마감했다. 올 들어 이날까지 원·달러 환율 평균은 1206원83전으로 작년 평균(1144원61전) 대비 5.4% 상승했다.
한국경제신문이 국내 배터리 및 소재사 다섯 곳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원·달러 환율이 5% 뛰면 삼성SDI(280억원)를 포함한 5개사는 총 544억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SK온 92억원을 비롯해 LG에너지솔루션 50억원, 포스코케미칼 43억원, 에코프로비엠 36억원 등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포스코케미칼, 에코프로비엠은 공시 자료를 바탕으로 산출했다.
이들 업체는 상당한 규모의 외화 차입금 등 외화 부채를 보유하고 있다. 뛰는 엔·달러 환율로 가장 손실폭이 커지는 삼성SDI는 3조8601억원 규모의 외화부채를 보유 중이다. 환율이 뛸수록 외화 차입금 상환 비용 등이 상승하면서 손실로 반영된다.
유럽 공장을 운영하면서 적잖은 유로화 부채를 보유한 LG에너지솔루션은 원·유로 환율 변화에도 민감하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말 유로화 부채 잔액은 4조7783억원으로 달러화 부채(3조4119억원)를 웃돈다. 원·유로화 환율이 10%가량 상승하면 연간 4471억원 규모의 손실을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평균 원·유로 환율은 작년과 비슷한(-0.18%) 수준이다.
이 같은 환손실과 별개로 배터리업체들은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텅스텐 등의 원자재값을 달러를 비롯한 외화로 내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면 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환율 상승으로 원화로 환산한 원자재 매입 비용이 늘면서 실적을 갉아먹게 된다.
배터리업체들은 이 같은 ‘환율 충격’을 흡수하거나 막기 위한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최고재무책임자(CFO) 아래 환율을 담당하는 부서도 최근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업체는 아직 헤지(위험회피) 상품 등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 다만 원자재를 살 때 환율과 완제품을 팔 때 환율 차를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대응 중이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결제대금을 달러나 유로로 많이 내기 때문에 영향을 적지 않게 받는다”며 “다만 환율이 올라가면 비싸게 사는 만큼 비싸게 팔기 때문에 상쇄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김익환/남정민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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