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버는 게임, 포기 못해"…규제 피해 해외로

입력 2022-04-11 17:30   수정 2022-04-12 00:40

국내 게임업체들이 블록체인을 적용한 ‘돈 버는 게임(P2E·play to earn)’을 잇달아 선보인다. P2E는 글로벌 게임 업체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시장으로 매년 규모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 사행성을 이유로 P2E 게임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게임 내 재화로 암호화폐 얻어
11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넷마블은 조만간 캐주얼 슈팅 게임 ‘골든브로스’의 얼리액세스(조기 접속) 버전을 내놓는다. 넷마블에프앤씨가 개발 중인 블록체인 기술 기반 캐주얼 슈팅 게임으로 이용자는 다양한 캐릭터(브로스)를 선택해 3 대 3 실시간 전투를 즐길 수 있다.

이 게임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제작돼 게임을 하면서 암호화폐 GBC를 얻을 수 있다. GBC는 블록체인 지갑 안에서 넷마블에프앤씨의 기축통화인 큐브로 교환이 가능하다. 이렇게 얻은 큐브는 게임 내 의상 아이템을 구매하거나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 넷마블은 지난달 기존 게임인 ‘A3:스틸얼라이브’에 P2E 요소를 접목하기도 했다.

컴투스도 자체 블록체인 생태계 C2X를 활용한 P2E 게임을 곧 출시한다. 이 회사의 대표 게임 ‘서머너즈워’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서머너즈워: 백년전쟁’이다. 컴투스는 지난 4일 참여자들이 직접 게임을 테스트하고 정식 출시 이후 토큰 배분 등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게임 팬 카드’ 판매를 시작했는데 3시간 만에 준비 수량인 38만 개가 모두 팔려나갔다. 판매액은 17억원가량이다. 컴투스는 올해 수집형 RPG ‘크로매틱소울:AFK레이드’를 비롯해 10여 종의 P2E 게임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네오위즈도 크립토 골프 임팩트, 아바, 브라운더스트 등 P2E 요소를 접목한 게임을 연이어 내놓는다.

현재 P2E 시장에서 가장 앞선 회사는 위메이드다. 지난해 게임 내 재화로 암호화폐를 얻을 수 있는 미르4 글로벌이 세계 동시접속자 130만 명을 기록했다. 위메이드는 자체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 위믹스를 중심으로 블록체인 게임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올해 위믹스 플랫폼으로 100여 개 게임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결국 재미있어야 살아남는다”
P2E 게임은 게임 내 재화를 암호화폐거래소에 상장된 코인으로 바꾸고, 다시 현금으로 환전할 수 있다. 베트남 게임 스타트업 스카이마비스가 2017년 출시한 ‘액시 인피니티’가 P2E 게임의 원조다. 이 게임은 그래픽이 단순하고 게임성도 높다고 하기 어렵지만 액시(AXS)라는 코인을 벌 수 있어 베트남, 필리핀 등지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스카이마비스는 지난해 기업가치 30억달러의 유니콘기업이 됐다.

액시 인피니티의 성공 이후 국내외 게임업체들이 앞다퉈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그동안 나온 게임이 액시 인피니티와 비슷한 캐주얼 게임 위주였다는 점에서 유명 게임 IP를 보유한 국내 업체들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리는 모양새다. 한 게임회사 관계자는 “P2E 게임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으려는 회사가 많다”며 “급성장하는 시장에서 뒤처지면 안 된다는 분위기도 있다”고 전했다.

P2E 게임의 사행성 논란도 넘어야 할 장벽이다. 단순히 돈을 벌 수단으로 게임을 개발하면 되레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돈을 벌기 위해 게임을 시작한 사람은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게임이 생기면 금세 옮겨갈 것”이라며 “게임이 재미있어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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