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유화는 7년째 '억대 연봉'을 이어가는 '신의 직장'으로 통한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이 회사를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하다. 주식 커뮤니티에는 이 회사를 성토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주가 관리를 하지 않는 데다 지배구조도 불투명한 탓에 주가가 극도로 저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유화는 오너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회사에 안정적 일감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 1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대한유화는 전날보다 1000원 하락한 15만6000원에 마감했다. 이 회사 주가는 작년 2월 19일 장중 40만5500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이후 주가는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다. 작년 4분기에 150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저조한 실적이 작용했다.
하지만 2년 동안 울산 온산공장에서 나프타 분해설비(NCC)를 운영하며 매년 1000억~3000억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회사 실적을 고려하면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평가가 많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주가수익비율(PER)은 6.85배로 업종 평균(10.59배)을 크게 밑돈다. 장부상 순자산가치를 나타내는 주가순자산비율(PBR)도 0.51배에 그치고 있다. 이 회사는 2015년(1억700만원)부터 지난해까지 7년 연속 평균 연봉이 1억원을 웃돌아 숨은 '신의 직장'으로 평가받지만, 주식시장에서는 혹평받고 있다.
이 회사가 주가가 저평가받는 것은 보수적 문화가 꼽힌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이후 한 번도 공식 기업설명회(IR)를 하지 않는 등 주가 관리에 소홀한 결과다. 이 회사의 오너인 이순규 회장이 개성상인의 후예라는 점도 주가 관리를 외면하는 배경의 하나로 꼽힌다. 개성상인 후예들이 키운 대한유화 신도리코 한국제지 등은 한 우물을 파고, 대외활동을 자제하고 정치권력을 멀리한다는 특징을 공유하고 있다.
불투명한 지배구조도 기업가치를 갉아먹는 배경이다. 이순규 회장의 개인회사인 케이피아이씨코포레이션(이하 KPIC)은 매년 대한유화와의 내부거래를 이어가면서 사세를 키워가고 있다. KPIC는 대한유화에 운송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지난해 18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어 작년에 대한유화가 생산한 1조3113억원어치 화학제품 판매를 대행해 중개수익도 올렸다. 통상 화학업체들이 직접 또는 무역상사를 끼고 제품을 판매한다. 대한유화는 이 회장 개인회사인 KPIC를 유통 판로 중간에 끼워 일감을 제공하고 있다.
KPIC는 이 회장이 지분 89.19%를 보유한 회사다. KPIC는 대한유화 최대 주주로 지분 31.01%를 갖고 있다. ‘이 회장→KPIC→대한유화’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다. 대한유화가 KPIC에 일감을 제공하면서 이 회장의 경영기반을 다진다는 평가가 있다. 하지만 대한유화가 KPIC 일감을 흡수할 경우 기업가치가 더 뜀박질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해 말 KPIC의 이익잉여금은 1583억원에 달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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