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인도네시아 최대 정보기술(IT) 업체 고투(Go to)그룹이 인도네시아 증권거래소(IDX)에 상장했다. 고투그룹은 약 30만 명의 공모 투자자를 모집해 11억달러(약 1조3600억원)를 조달했다. 올해 들어 가장 큰 규모다. 상장 첫날 주가는 시초가 대비 23% 급등했다.
고투그룹은 지난해 5월 차량 공유 플랫폼업체 고젝(Gojek)이 전자상거래업체 토코피디아(Tokopedia)를 인수해 탄생했다. 고투그룹은 인구 6억5000만 명에 달하는 동남아 시장을 공략할 교두보로 각광받으며 글로벌 큰손들의 투자를 받았다. 구글, 소프트뱅크 등 글로벌 기업들이 초기부터 고투를 점찍었다. 아부다비투자청, 싱가포르 테마섹 등도 재무적 투자자로 손을 뻗었다.
상장 성공의 배경엔 인도네시아 증시 활황세가 있다. 인도네시아 IDX종합지수는 올초부터 11일까지 약 9% 상승했다. 같은 기간 다우지수는 5% 하락했다.
고투그룹은 당초 미국 나스닥 상장을 노렸다가 자국 상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인도네시아 역사상 세 번째로 많은 자금을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고투그룹이 인니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번 IPO는 경제를 도약시키려는 젊은이들에게 동기 부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증시 상승세는 예견된 일이었다. 올해 들어 원자재 가격이 상승해 인도네시아의 수출액이 증대됐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며 내수 시장도 회복됐다.
인도네시아는 전체 수출액의 41%를 원자재가 차지하는 자원부국이다. 세계 팜유 생산량에서 인도네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50%에 달한다. 니켈(32.7%), 천연고무(26.7%) 등 다른 자원 생산량 비중도 높다. 최근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석탄 금수 조치를 시행하자 반사이익을 누렸다. 인도네시아는 중국, 인도에 이어 세계 3위 석탄 생산국이다. 원자재값이 상승하자 인도네시아 증시는 강세를 이어왔다.
내수시장이 활성화되는 것도 긍정적이다. 원자재 생산국에서 제조업으로 산업구조가 재편됐고 인프라도 개선되고 있다. 인터넷·스마트폰이 빠르게 보급되며 디지털 전환도 순조롭다. 2017년 20%에 불과하던 인터넷 보급률은 2020년 50%로 상승했다. 스마트폰 보급률은 같은 기간 40%에서 68%로 높아졌다. 이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미크론 확진자 수가 감소하자 인도네시아 내수시장이 다시 활성화됐다”며 “2분기에도 인도네시아 지수가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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