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치스 앤 원더스 2022'로 본 시계 트렌드[정희경의 시계탐구⑩]

입력 2022-04-13 11:34   수정 2022-04-15 11:13

이 기사는 04월 13일 11:3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팬데믹으로 인해 시계업계의 가장 큰 행사인 '바젤월드'(Basel World)와 '워치스 앤 원더스'(Watches & Wonders)는 지난 2년 동안 스위스 본토에서는 열리지 못하고 취소되거나 디지털 행사로 전환했었습니다. 2022년 3월 드디어 제네바에서 본 행사가 열렸죠. 새롭게 탈바꿈한 '워치스 앤 원더스 2022'에 직접 다녀왔습니다. 바젤월드가 잠정 취소된 가운데 리치몬트 그룹을 포함해 파텍 필립, 롤렉스 등 주요 브랜드들이 모두 참여한 워치스 앤 원더스 행사에서 주목할 만했던 트렌드와 시계를 소개합니다.


1. 세계 최초의 기록

시계 분야에서는 세상에 없던 기술, 더 얇고 작게 만드는 기록은 그 자체로 달성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에 언제나 찬사를 받곤 한다. 2018년 말 피아제는 기계식 수동 시계 중 가장 얇은 두께인 2㎜의 놀라운 기록을 세운 바 있다. 한창 얇은 시계 기록을 달성하고 있던 불가리는 그때부터 그 기록을 깨기 위한 계획을 실천했고 2022년 피아제 알티플라노 얼티밋 콘셉트 시계보다 0.2㎜ 더 얇은 1.8㎜밖에 되지 않는 옥토 피니씨모를 세상에 내놓았다. 불가리는 이번 워치스 앤 원더스 기간에 공식적으로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제네바에 프레지던트 윌슨 호텔을 빌려 신제품을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해 이를 기념했다. 티타늄으로 만들어진 시계는 500원짜리 동전보다 얇은 두께로 최상의 착용감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2. 스틸 대신 티타늄!

오데마 피게의 로열 오크, 파텍 필립의 노틸러스, 바쉐론 콘스탄틴의 오버시즈 등 각 브랜드의 엔트리급을 자리한 스틸 소재 스포츠 시계들이 큰 인기를 모았다. 이제 그 인기는 티타늄 소재로 이어지고 있다. 스틸만큼 견고하지만 더 가벼운, 그리고 자성의 영향을 조금 덜 받는 소재로서 최근 스틸 소재의 대체품으로 티타늄이 각광받고 있다. 랑에 운트 죄네의 경우 플래티넘이나 골드 소재의 귀금속으로만 시계를 소개하다 2년 전 처음으로 스틸 소재의 브레이슬릿 모델인 오디세우스를 처음 선보였는데 이번 워치스 앤 원더스에서 처음으로 티타늄 소재를 추가했다. 스틸 소재보다는 더 다루기 어렵다는 이유, 다이얼 등을 더 특별하게 만든 250개 한정판으로 제작했다는 점 등을 이유로 기존 모델보다 1만 유로 이상 더 비싼 5만5000유로로 가격을 책정했다. 스틸이나 티타늄이 시계업계에서는 결코 저렴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3. 타지 시간을 알려주는 GMT

1일 생활권이란 말은 이제 옛말. 팬데믹으로 2년간 자유로운 여행이 막혀 있었지만 오히려 세계는 인터넷과 실시간 채널을 통해 방송을 공유하고 줌으로 회의를 하면서 초밀접권으로 가까워졌다. 덕분에 그간 시계업계에서는 시, 분, 초에 날짜를 더하는 것 외에 짧은 시간을 측정하는 크로노그래프가 인기였는데 이제 타지역 시간대를 알려주는 GMT나 월드타임 기능을 탑재한 시계들이 더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예거 르쿨트르 마스트 그랜드 트래디션 칼리버 948 시계는 월드타이머에 플라잉 투르비용을 얹었고 샹르베 에나벨로 장식한 다이얼이 유영하듯 움직인다. 에르메스 아쏘 르 땅 보야제 시계의 시와 분 표식도 가상의 세계로 만든 지구본 다이얼 위에서 움직이는 월드타이머 시계다. 간결한 버전은 롤렉스에서 찾을 수 있다. 롤렉스 GMT-마스터 II는 초록과 검정색의 24시 표시 세라믹 베젤을 넣었는데 기존 시계와 달리 이례적으로 9시 방향에 크라운을 단 것이 특징이다.







4. 속을 드러내 보이는 스켈레톤

1970년대 쿼츠 무브먼트가 대중화된 후 시계업계는 다이얼에 쿼츠(Quartz)나 오토매틱(Automatic) 등을 적어 쿼츠 시계와 기계식 자동 시계를 구분하곤 했다. 기계식 시계의 인기와 더불어 시계를 작동하는 무브먼트의 구조를 다이얼 위에 일부분 또는 전부 드러내는 시계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단순히 무브먼트를 열어 보여주는 것은 오픈워크, 브릿지나 기본 판에서 필요 없는 부분을 도려내어 골조를 드러내는 시계를 스켈레톤이라고 구분한다. 스켈레톤은 독특한 구조, 수공 마감에 따라 그 가치가 천차만별인데 올해의 스켈레톤 시계는 까르띠에 마쓰 미스터리어스 시계다. 시계의 모든 부품을 회전추 역할을 하는 반원 모양에 다 넣은 데다가 6개의 사파이어 크리스탈 디스크를 넣어 회전추 무브먼트가 크라운 등 다른 연결부와 떨어져 허공에 떠 있는 듯한 미스테리 기법을 동시에 결합한 것이다. 이를 위해 까르띠에는 8년의 개발 과정을 거쳤다. 30개만 한정생산된 시계는 25만 유로, 원화로 4억 원에 달하는 가격이다.


5. 친환경과 신기술

시계업계에서도 친환경이 큰 화두다. 케이스에는 공정무역과 채굴을 앞세우는 페어마인드 골드를 사용하고 스틸이나 티타늄은 새것과 동일한 특성과 저항성을 가지는 재활용 소재를 사용하곤 한다. 스트랩이나 시계 상자도 페트병, 폐비닐이나 폐그물로 만들고 탄소발자국을 줄일 수 있도록 부피를 작게 만드는 움직임도 보인다. 올해도 시계 중량의 52%를 재활용 소재로 만든 섭머저블 콰랑타콰트로 e-스틸 시계를 소개한 파네라이는 앞으로 컬렉션의 30%를 재활용 재료를 사용해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석 쪽에서도 채굴에 의한 천연석이 아니라 실험실에서 탄생한 인조석이 사용되고 있다. 태그호이어는 햇빛 2분 노출로 하루 종일 움직일 수 있는 동력을 얻는 태양전지 시계, 아쿠아레이서 프로페셔널 200 솔라그래프에 이어 플라즈마 기법으로 만든 새로운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까레라 플라즈마 뚜르비용 나노그라프 시계를 소개했다. 스와로브스키, 드비어스 등에서 소개하는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는 천연석보다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시계는 신기술을 더한 투르비용을 탑재한 크로노그래프 기능에 다이얼, 인덱스, 케이스, 크라운까지 모두 다이아몬드를 세팅해 35만 스위스프랑, 거의 5억 원에 달하는 가격이다. 친환경을 위해서 아직은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지만 그 결과는 값질 것이다.








정희경

<노블레스>, <마담휘가로> 등의 잡지에서 기자, 부편집장을 지냈고 타임포럼 대표를 거쳐 현재 매뉴얼세븐 대표를 맡고 있다. 까르띠에, 바쉐론 콘스탄틴 등 여러 시계업체의 직원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스위스에서 2015년부터 고급시계재단(Fondation de la Haute Horlogerie) 아카데미 앰버서더로 활동하고 있으며, 2016년부터 시계업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스위스 제네바 시계 그랑프리'(GPHG: the Grand Prix d’Horlogerie de Geneve)에서 심사위원을 맡았다. 한경 CFO Insight에 연재하는 문제들은 곧 출간할 <시계지식탐구>에서 발췌했다.

정리=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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