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보이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들의 군 복무 문제가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대한민국의 건장한 청년들이니 형평에 맞게 군대에 가야 한다는 주장과, 세계적인 인기와 영향력 등 국위를 선양한 공로를 봐서 예술요원으로서 대체복무를 하도록 배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는 거죠. 양쪽 주장 모두 나름의 근거와 타당성을 갖추고 있어서 된다, 안 된다고 일도양단 식으로 말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현행 병역 제도는 현역병 외에 몇 가지 대체복무를 시행하고 있는데요. 현역병 자원을 의무경찰·의무해양경찰·의무소방원으로 투입하는 전환복무, 보충역 판정자로 하여금 사회복지·보건의료·교육문화·환경안전 등의 사회서비스 및 행정업무를 지원하게 하는 사회복무, 국위 선양 및 문화창달에 기여한 예술·체육 특기자를 군복무 대신 해당 분야에서 일하게 하는 예술·체육요원이 있지요. 전문연구·산업기능 요원, 승선근무예비역, 의무·법무·군종·수의 등 특수병과사관후보생, 공중보건의 등도 있습니다. BTS의 경우 현재 클래식 음악과 발레, 국악 등으로 제한된 예술요원에 대중문화예술인을 포함시켜 공백 없이 음악활동을 이어가게 하자는 것입니다.
1973년 '병역의무의 특례규제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도입된 예술·체육요원 제도는 그동안 많은 변화를 겪어왔습니다. 지금 비교적 간소해졌지만 제도 도입 초기에는 특례 인정 범위가 매우 넓었습니다.
체육의 경우 처음엔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유니버시아드,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 3위 이상과 한국체대 졸업성적 상위 10% 이내인 사람에게까지 혜택을 줬습니다. 1990년부터는 올림픽 3위 이상, 아시안게임 1위 입상자에게만 혜택을 주고 있죠. 2002년에는 월드컵 축구 16위 이상 입상자, 2006년에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위 이상 입상자에게도 특례 혜택을 줬으나 일회성에 그쳤고, 상황에 따라 특례 범위가 오락가락하는 사례로 기록됐습니다.
예술 분야는 더 변화가 심했습니다. 처음엔 국제 규모 음악경연대회(콩쿠르) 2회 이상 우승 또는 준우승이 특례 편입의 기준이었는데 1981년 편입 인정 대회를 정비했습니다. 국제경연대회의 경우 유네스코 국제음악대회에 가입한 대회를 기준으로 제시해 음악 123개, 무용 17개나 됐고 여기에 국내 8개를 합쳐 총 148개나 됐죠. 음악 콩쿠르는 2011년 30개로 대폭 축소됐고, 2012년에는 27개로 줄었습니다. 이후에도 편입 인정 대회는 세 차례나 더 축소돼 현재 국제음악콩쿠르 28개, 국제무용콩쿠르 9개, 국내 경연대회 5개 등 42개가 남아 있습니다.
문제는 병역법과 시행령에 의해 병무청장이 선정하는 편입 인정 대회가 '국위 선양'과 '문화 창달'이라는 예술요원의 취지에 걸맞은 위상과 명성을 갖고 있느냐입니다. 현재 편입 인정 대상인 28개 국제음악콩쿠르의 타탕성에 대해 음악 전문가들에게 물어보니 "대회들 간의 편차가 심하다"는 게 한결 같은 평이었습니다.
"대회 간의 수준 차이가 현격해서 티코, 아반테, 그랜저, 에쿠스급 대회가 같이 나열돼 있다. 피아노의 경우 쇼팽 콩쿠르와 반 클라이번 콩쿠르의 위상은 에쿠스와 그랜저~소나타의 중간 정도의 차이다. 게자 안다 콩쿠르는 더 떨어진다.…아무리 우리나라에서 연다고 해도 윤이상 국제콩쿠르와 서울국제음악콩쿠르는 그 위상이 현저히 떨어진다. 이처럼 편입 인정 콩쿠르의 연륜과 국제적인 위상이 천차만별이다."(평론가 A씨)
"막스 로스탈 비올라·바이올린 콩쿠르의 경우 비올라 연주자의 병역 특례 창구로 열어놓은 면이 있고, 이 대회의 바이올린 부문 우승·준우승자에 대한 국제 음악계의 주목도는 크지 않다. 피아노 대회에선 '예비 스타의 등용문'으로 평가받는 하마마쓰 국제콩쿠르는 빠지고 역사가 짧은 센다이 콩쿠르가 들어간 데 대해 하마마쓰 관계자들은 의아해한다. 롱 티보, 부조니 콩쿠르는 남았는데 이스라엘 루빈슈타인 콩쿠르가 빠진 것도 그렇다."(평론가 B씨)
"개최 주기가 5년인 시벨리우스 국제바이올린콩쿠르나 비에냐프스키 바이올린콩쿠르, 조성진이 우승한 쇼팽 피아노 콩쿠르와 1년마다 열리는 콩쿠르를 같이 인정하는 게 공정한가 의문이 든다. 덕분에 입대를 미루고 최대한 콩쿠르에 도전하는 젊은 친구들이 많다. 음악 전공자들에게 꼭 병역 특례를 줘야 하는지 의문이다. 그들이 20대에 군복무를 하는 게 장차 예술가로 성장하는 데 치명적인 시간 낭비인가. 콩쿠를 믿고 군대에 안 가려는 20대 음악가들이 너무 많다."(공연기획자 A씨)
병무청은 1990년대 초부터 예술요원 제도를 폐지하려고 시도했으나 번번이 무산됐습니다. 대신 편입 인정 대회를 대폭 줄여왔죠. 그나마도 대회들의 수준 차이가 심한 형편이니 또다시 정비해야 할 판이고요. 여기에 BTS처럼 글로벌한 성과를 낸 대중예술인들을 포함시키려면 대상 범위는 또다시 늘어나게 됩니다.
대중예술인은 뮤지션만이 아니라 연극, 뮤지컬, 연기, 연출 등을 망라하는데 기준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까요. 병역법 개정을 추진 중인 여야 의원들은 편입 인정대회를 정하듯이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빌보드 뮤직어워드, 그래미뮤직어워드 등 구체적으로 입상 기준을 정하면 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각각의 시상식마다 수많은 부문이 있는데 모든 부문을 다 특례 편입 대상으로 하기엔 무리일 테니 참으로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이번 기회에 예술요원 편입 인정 대회를 꼼꼼히 다시 정비하는 것은 어떨까요.
서화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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