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4월 15일 08:3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부동산 자산운용사들의 1순위 투자자산으로 꼽히던 물류센터가 '애물단지'로 바뀌고 있다. 자재비, 인건비 등 공사비 부담이 2배 가까이 오르면서 공사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어서다. 비싼 땅값, 어려운 인허가에 이어 공사비용 부담까지 삼중고(三重苦)가 겹치면서 자산운용사들이 고민에 빠졌다.
1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부 자산운용사들이 물류센터 개발사업 추진을 중단했다. 금리 상승과 공사비 변동폭이 커지면서 토지확보와 사업 인허가까지 끝난 사업장이라도 일단 상황을 지켜본 뒤 사업을 재개하겠다는 입장이다.
자산운용사들의 가장 큰 부담은 물류센터 공사비 급등이다. 이전에는 건설업체들이 물류센터 공사계약을 맺을 때 최저가 입찰을 통해 정액으로 계약을 맺었다. 계약한 공사비 내에서 건설업체들이 원가 절감을 하며 수익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구리, 철근 등 공사 자재비용이 크게 오르고 있어 정액 공사비 계약으로는 수익은 커녕 적자가 나는 구조가 됐다. 이에 건설업체들은 자재비, 인건비 모두 자산운용사가 책임지고 도급 공사비만 받는 방식으로 선회했다.
이미 공사가 한창인 사업장에서는 공사비를 증액해주지 않으면 더 이상 공사를 할 수 없다고 손든 건설업체도 나왔다. 이들은 기존에 계약한 공사비로는 더이상 사업진행이 어려워 공사해지 위약금을 물더라도 중단하는 게 낫다는 입장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땅값도 비싼데 공사비만 40~50%를 올라가게 되서 투자수익률이 대폭 떨어지게 됐다"면서 "지난해 공사 시작 초기 다른 투자자에 선매각한 몇몇 자산운용사들은 매각대금도 올리지 못하고 비용만 늘어나게 되서 골치아픈 상황"이라고 전했다.
물류센터는 최근 몇 년간 기관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부동산 투자처로 꼽혔다. 올 초까지도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국내 부동산 투자처는 물류센터와 서울 오피스빌딩이 가장 인기가 많았다. 그러다보니 물류센터 투자수익률도 3% 초중반대로 오피스빌딩만큼 떨어졌다. 물류센터 투자 열풍으로 2020년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물류센터 개발사업도 급증했다. 자산운용사들도 투자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리스크는 일부 높아도 물류센터 초기 개발단계부터 참여하는 사례가 늘었다. 미리 임차인과 매수자를 결정하고 개발사업을 진행하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대외 변수 등으로 물류센터 개발비용 부담이 늘어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기관투자자들은 물류센터 투자를 선호하고 있다. 국내 물류센터 시장이 이미 충분히 공급돼 가격이나 수익률이 안정화된 일본이나 미국, 유럽 등에 비해 아직 초기단계라는 판단이다. 다만 비싼 땅값, 공사비 부담, 인허가 부담 등으로 앞으로 신규 공급이 더 어려워진만큼 기존 자산의 가치가 더 커질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물류센터 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IB업계 담당자는 "국내 물류센터 수요는 계속 커지고 있는데 공급이 한정적이면 최근에 완공된 물류센터의 가치가 더 커지게 될 것"이라며 "올라간 물류센터 가격은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져 임차인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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