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출산율 왜이리 떨어지나 했더니…'경쟁' 때문이었네 [정의진의 경제현미경]

입력 2022-04-14 11:32   수정 2022-04-14 11:46

수도권 출산율이 지방보다 더 가파르게 떨어지는 현상의 원인이 '사회적 경쟁'에 있다는 정부 보고서가 나왔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청년들은 사회적 경쟁이 심하다고 느껴 자신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이다. 사회적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지방에 거주하는 청년들도 양질의 교육과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밀려들어 사회적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사원은 기획재정부가 14일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4월호에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우리나라 초저출산과 지역불균형의 관계에 대한 실태분석' 보고서를 기고했다. 감사원은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수도권의 합계출산율이 지방보다 더욱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서울 지역의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전국 합계출산율 0.92명에 비해 0.2명 낮았다. 같은 기간 경기도를 포함한 수도권 합계 출산율은 0.85명이다. 반면 수도권이 아닌 지방의 합계출산율은 1.01명으로, 전국 평균보다 높았다.

2019년의 합계출산율을 2000년과 비교하면 이 기간 수도권의 출산율 낙폭이 지방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의 합계출산율은 이 기간 0.52명(34%) 떨어졌는데, 수도권은 이 기간 0.57명(40.1%) 하락했다. 특히 서울의 경우 이 기간 합계출산율이 1.275명에서 0.717명으로 43.8% 떨어져 국내 인구감소를 이끌었다.

감사원은 수도권에선 출산을 미루거나 아이를 낳더라도 적게 낳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2018년 기준 전체 부부 가운데 자녀가 없는 부부의 비율이 수도권은 43.6%로 지방(36.2%)에 비해 높았다. 자녀가 있더라도 2명 이상 자녀를 가진 부부이 비율은 수도권이 2018년 11.9%로 지방(16.3%)에 비해 낮았다.

감사원이 서울대 인지과학연구소에 의뢰해 연구용역을 실시한 결과, 출산율은 인구밀도와 음의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밀도가 높은 수도권에 거주하는 청년들은 경쟁과 미래에 대한 불안을 느껴 자신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공부 등에 집중하느라 결혼과 출산을 미루고, 자연스레 수도권의 출산율도 낮아진다는 게 감사원의 분석이다.

특히 감사원은 설문조사 참가자들이 주변의 인구밀도가 높다고 인식할수록 경쟁이 심하다고 느끼고, 결혼·출산보다는 교육과 자신의 커리어를 중시하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임보영 감사원 감사청구조사국 청구조사4과장은 보고서를 통해 "한국 국민들은 높은 인구밀도 하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끊임없이 자기를 채찍질하며 혼인과 출산을 늦추거나 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문제는 사회적 경쟁이 심화될수록 수도권의 인구밀도는 더욱 높아진다는 점이다. 지방에 있는 청년들이 자신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양질의 교육과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2017~2018년 고등교육기관(대학) 졸업생 가운데 상세한 취업정보가 확인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지방 소재 대학 졸업생들의 약 40%가 수도권에서 취업했다.

요약하면 '수도권 인구밀도 상승→경쟁 심화→결혼·출산 감소→지방 공동화 및 수도권 인구밀도 심화'의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는 모습이다. 감사원은 한국의 초저출산 및 수도권 집중현상으로 인해 지방은 인구위기에 직면하고 있고, 궁극적으로는 수도권 인구도 급감하게 될 것으로 예측했다.

감사원은 2018년 합계출산율(0.98명)이 유지되고 중위 수준의 지역간 인구이동(사회적 이동)이 지속된다고 가정하면 한국의 인구는 2047년 4771만명, 2067년 3689만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2117년엔 조선시대 후기 수준인 1510만명으로 인구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81명으로 감사원이 가정한 합계출산율보다 더 낮다.

감사원은 "한국의 초저출산과 수도권 인구이동 문제를 점진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지방에 양질의 교육과 일자리를 제공해 심각한 지역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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