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트 뒤에 숨어 보일 듯 말 듯하는 모습이 와이셔츠의 매력이다. 때론 구겨지고, 목 뒤에 때가 보이더라도 와이셔츠는 남성 정장의 기초이자 비즈니스의 기본으로 여겨져 왔다. 슈트에 주로 하얀색이나 옅은 하늘색, 분홍색의 셔츠를 입어 멋을 냈다.
그랬던 남성 와이셔츠에 일종의 ‘사형선고’를 내린 게 코로나다. IT기업과 스타트업 등 20~30대가 주축인 기업이 급성장하면서 남성복의 캐주얼화도 빠르게 진행됐다. 비즈니스 미팅에 라운드티를 입고 등장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도 나타났다.
코로나가 확산한 이후 남성 슈트와 와이셔츠 수요는 곤두박질쳤다. 사무실 출근 자체가 사라지고 재택근무가 2년 동안 지속되면서다. 이제 비즈니스맨은 슈트를 입더라도 스웨터나 라운드티를 안에 받쳐 입는 경우가 많아졌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금융회사 공기업 등의 중역을 제외하고는 와이셔츠와 슈트를 갖춰 입는 사람을 찾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남성복 브랜드 브로이어는 이번 봄·여름 시즌 새 상품을 출시하면서 캐주얼 의류를 전진 배치했다. 브로이어는 편안함에 초점을 맞춰 제품을 디자인했다.
일상에서는 물론 운동장, 사무실 등 다양한 장소와 시간에서 착용할 수 있는 옷을 만들었다. 브로이어 관계자는 “직장생활에서 입을 수 있는 비즈니스 캐주얼부터 주말 캐주얼까지 유연하게 착용할 수 있는 아우터 제품을 출시했다”며 “일상생활을 할 때는 물론 골프장에서도 입을 수 있는 반바지와 라운드티 등으로 구성한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정부의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정책으로 학교나 기업 행사가 늘면서 셔츠와 슈트 등 파티룩 수요가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패션업계에서는 이런 추세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에 따르면 올 1분기 셔츠 판매량은 전 분기 대비 20% 증가해 작년의 침체에서 많이 회복한 상태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사무실 문을 다시 여는 기업이 많아지면서 셔츠 판매량이 회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패션업계에서는 셔츠는 남성복의 근간인 만큼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점차 변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슈트 안에 입는 클래식한 셔츠를 찾는 소비자도 있으나 흰색 바탕에 검은색 무늬가 들어간 스트라이프 셔츠 등도 인기를 끌고 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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