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트라우스는 ‘알프스 교향곡’을 드레스덴 궁정악단장이던 니콜라스 제바흐에게 헌정했다. 드레스덴 궁정악단은 오늘날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전신이다. 이런 오리지널리티가 있는 악단의 연주에는 신뢰가 간다.
루돌프 켐페는 바흐, 베토벤, 브람스, 바그너, 브루크너, 슈트라우스 등 음악사를 꿰뚫는 독일계 작곡가들의 작품을 참 잘 지휘했다. 차이코프스키나 드보르자크, 라흐마니노프와 레스피기 등 독일 외의 거장들 해석에도 뛰어난 솜씨를 보여줬다. 켐페는 드레스덴에서 태어나 드레스덴 음대에서 오보에를 전공했다. 1929년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오보에 주자로 활동했다. 이때 악단의 멤버들이 화려했다. 브루노 발터가 지휘자였고, 샤를 뮌슈가 콘서트마스터(제1바이올린 수석), 프란츠 콘비츠니가 비올라 수석이었다. 모두 거장 지휘자 반열에 올랐던 사람들이다.
1949~1953년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수석지휘자를 맡았던 켐페는 이 악단을 이끌고 1970~1976년 성 루카 교회에서 일련의 슈트라우스 작품들을 녹음한다. 스테레오 후반기의 축적된 녹음 기술로 세상에 내놓은 결과물은 발매 초기부터 최고의 연주로 극찬받았다. 견고하면서도 은은하고 풍성한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특유의 음색은 슈트라우스와 잘 맞아떨어진다. 켐페의 이름이 우리에게 익숙하게 된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음반과 녹음 시기가 겹친다. 켐페는 런던 로열 필하모닉을 지휘해 정경화의 두 번째 데카 앨범인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 1번과 스코틀랜드 환상곡을 녹음했다.
9장의 CD에는 관현악 곡뿐 아니라 바이올린 협주곡, 오보에 협주곡, 호른 협주곡 전곡 등 협주곡도 실려 있다. 독일 마이닝겐 출신 호르니스트 페터 담과의 호른 협주곡 전곡 연주가 특히 빼어나다. 담은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수석을 거쳐 1969~2002년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수석호르니스트였다.
구스타프 말러는 늘 당대에 자기보다 잘나갔던 슈트라우스에게 질투했었다고 전해진다. 켐페의 지휘로 슈트라우스의 작품들을 들어보면 그게 무엇인지 알 것 같다. 한국의 음악홀에는 말러의 시대가 먼저 왔지만, 슈트라우스가 더 많이 연주되고 이해될 때가 오리라 생각한다.
류태형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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