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극적인 행복의 열쇠는 결국 나의 일상 한 모퉁이에 있다.’
지난 8일 개막한 영국 현대미술의 거장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 전(展)에는 이런 글귀가 쓰여 있습니다. 일상을 보는 낯선 시선이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열쇠라는 것이죠. 나란히 한국에서 봄 전시회를 연 세계적인 작가들 모두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특별한(extraordinary)’ 것도 결국은 ‘일상적인(ordinary)’ 것에서 왔다는 걸 말하려는 듯 자신의 작품을 통해 평범했던 지난날, 무심코 지나쳤던 돌과 바위, 매일 만지는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을 작품 속에 담아내고 있습니다.
거대한 돌덩이에 작은 돌을 얹어 우직한 인간의 형상을 만들고 그 위에 강렬한 색상을 얹어냅니다. 이번 작품들은 석회암 모형 작품을 확대해 청동 주물로 다시 제작했는데, 거친 표면을 그대로 살려 돌의 질감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시멘트로 바닥과 벽을 모두 칠한 전시장에서 돌덩이들 사이를 느릿느릿 걷다 보면 나도 모르게 대자연 속에서 숨쉬는 듯한 착각마저 듭니다. 사진 찍기 바쁜 사람들 사이에서 그저 전시장 바닥에 우두커니 서 있거나 바닥에 앉아보세요. 그 사이를 채우는 타인을 함께 바라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전시를 보고 나면, 문밖의 돌이 돌처럼 보이지 않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전시는 5월 15일까지.
크레이그 마틴의 회화 작품 속엔 일상의 소품이 자주 등장합니다. 스마트폰과 테니스공, 헤드셋과 노트북 등입니다. 3차원을 2차원으로 변형시키고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색을 절묘하게 배치하는 그의 그림들. 때로 이미지를 과감하게 잘라내고 거대하게 키워내 ‘매일 흔히 보던 것’들을 낯설게 보이도록 했습니다. 전시는 8월 28일까지.
이 전시에 간다면 버려진 쟁반과 플라스틱 원판을 레코드판처럼 만들어 카트에 담은 작품을 찾아보세요. 원판마다 서로 전혀 다른 이미지들을 실크스크린으로 표현했는데, 그 안에는 좋아하던 소설가의 캐릭터(JOYCE)와 할머니가 손으로 썼던 무화과잼 레시피, 도덜드 덕의 부리 등 사랑스러운 것들로 가득합니다.
테리언의 작품엔 모두 제목이 없습니다. 그의 작품을 본 사람들이 각자의 제목을 달아주길 바랐던 모양입니다. 전시는 5월 5일까지.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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