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14일 약세를 기록하며 또 다시 신저가에 가까워졌다. 기관과 외국인의 강한 순매도세가 주가를 끌어내린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장기화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전면 봉쇄 조치에 나서자 반도체 수요 위축 우려가 부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1200원(1.75%) 떨어진 6만7500원에 장을 마쳤다. 주가는 직전 거래일인 지난 13일 2.54% 오르며 반등 추세로 돌아서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을 키웠지만 하루 만에 6만7000원선으로 복귀하며 투자자들의 한숨을 자아냈다. 주가는 지난 12일 장중 6만7000원까지 떨어지며 연중 신저가를 갈아치운 바 있다.
이날 SK하이닉스의 낙폭은 더 크다.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3000원(2.65%) 밀린 11만원에 마감했다. 개장 직후부터 마감까지 하락세를 유지했다.
외국인과 기관의 순매도세가 강했다. 이날 오후 2시30분 기준 외국인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해 1189억원, 88억원어치 순매도했다. 기관은 삼성전자 344억원, SK하이닉스 162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삼성전자는 외국인과 기관 순매도 1위 종목에 올랐다.
삼성전자의 투자자별 거래실적을 살펴보면 올 2월 들어 외국인과 기관의 순매도가 집중되고 있다. 1월만 해도 월간 6212억원가량의 순매수를 기록했던 외국인은 2월 들어 순매도세로 전환해 현재까지 매도 우위를 나타내고 있다. 기관은 이달까지 꾸준한 순매도세를 보이는 중이다.
지난 2월 초부터 이날까지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삼성전자를 3조4658억원, SK하이닉스를 3조9785억원어치 팔아치웠다. 반면 개인은 저가 매수 기회로 인식해 이들의 매도 물량을 그대로 받아낸 모양새다. 개인은 이 기간 7조3096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약세를 거듭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올 들어 꾸준한 우하향 그래프를 그리는 중이다. 하지만 이는 개별 종목의 문제가 아닌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산업에 대한 우려가 공급에서 수요로 확장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시장에 그림자를 드리웠다는 분석이다.
증권가에 따르면 지난 한 달 동안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고점 대비 16% 하락했다. 이 기간 수익률 마이너스(-)9%를 기록한 나스닥과 비교하면 크게 부진한 수치다. 한국·대만·중국 등 신흥국 반도체사와 유럽 반도체사의 주가도 각각 10%, 14%가량 밀리며 부진한 흐름을 지속했다.
이처럼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 낙폭이 두드러진 것은 반도체 수요에 대한 의구심이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금융투자 업계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올 들어 경기 침체가 시장 참여자들의 투자 심리를 훼손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1선 도시'(대도시)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봉쇄(락다운) 조치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중국은 전 세계 정보기술(IT) 수요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다. 이 영향으로 스마트폰과 기계부품 등 시장 수요를 이끌어온 주요 품목들의 공급망 우려가 한층 깊어졌고 봉쇄 확산으로 인해 소비까지 위축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형태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그간 반도체 업황을 설명하는 핵심 로직은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공급 부족'이었고 공급망 차질은 상승을 제한하는 요소였을 뿐 추세를 막는 요인이 아니었다"며 "하지만 최근 들어 중국이 주요 도시를 전면봉쇄하면서 수요가 훼손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시장의 반도체 투자전략은 확실한 수요와 성장성에 기반해 수립돼 왔다. 반도체의 장기 성장성에 대한 긍정적 시각은 변함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다만 수요 위축으로 인한 공포감으로 가파른 주가 조정에 직면한 만큼, 중국의 봉쇄 영향과 세부 업종별 업황을 반영해 투자전략을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