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하고 인공지능(AI)하고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요? 인공지능은 앞으로 모든 분야에 다 스며들 겁니다.”
허경환 허닭 공동대표는 올초 각종 포털 사이트의 검색어 상위 명단을 장식하며 주목받았다. 그가 만든 닭가슴살 전문 브랜드 허닭이 국내 간편식(HMR) 1위 업체 프레시지에 매각되면서다. 개그맨으로 유명한 허 대표는 창업 10년 만에 자금을 회수하며 어엿한 성공 창업가가 됐다.
그런 그가 최근 또 한 번 변신에 나섰다. ‘엔젤투자자’가 된 것이다. 그는 허닭 매각 대금을 바탕으로 최근 AI 스타트업 ‘리플AI’가 진행한 프리 시리즈A 투자에 개인 자격으로 참여했다.
허 대표가 많은 스타트업 중 리플AI에 투자한 이유는 무엇일까. 허 대표는 이 회사의 사업모델을 보면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리플AI는 2018년 서울대에서 탄생한 교내 스타트업이다. AI 전문가인 김건희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가 서울대 시각 및 학습연구실(SNUVL) 연구원들과 창업했다. 지난해 12월 내놓은 AI 기반 영상편집 솔루션 ‘클리퍼’는 리플AI의 주력 제품이다. 클리퍼는 2시간이 넘는 방송 영상을 AI가 분석한 뒤 압축·편집해 ‘하이라이트’ 영상을 만들어주는 게 특징이다. 사용자가 원하는 흐름과 내용을 뽑아내 15분 내외 영상으로 만들어준다. 여기에 AI가 알아서 자막까지 달아준다.
아프리카TV 등 인터넷 방송업계나 유튜브 채널 ‘삼프로TV’ 등이 리플AI 고객사다. 일반적으로 긴 라이브 영상을 재활용하려면 전문 편집자를 투입해야 한다. 리플AI는 고객사 영상을 AI에 학습시켜 이 인건비와 시간을 줄인 것이다. 촬영된 소리를 인식하는 음성 인식 AI, 자막을 추려내는 자연어처리(NLP) 기술, 영상을 분석하는 AI 기반 이미지인식 기술이 종합적으로 녹아든 결과다.
허 대표는 개인 자격으로 이 회사에 베팅했지만, 허닭과의 시너지를 위한 전략적 투자 성향이 짙다. 올해 1월 프레시지가 허닭을 인수할 때, 허 대표는 상당한 지분을 프레시지 지분과 맞바꾸기로 결정했다. 허닭의 공동대표직을 유지하고 사업에 계속 참여하겠다는 취지에서다. 2대 주주인 허 대표가 보유한 허닭 지분은 29.3%다. 공동대표인 김 대표와 함께 리플AI 투자를 결정한 만큼 허닭과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강화될 전망이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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