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이후 도매상에 머물렀던 유통 채널을 소비자까지 확장한다.’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펄마캐피탈은 2018년 2월 국내 3위 육류 수입회사 선우엠티(현 선우프레시)를 인수하면서 이런 기업가치 제고 전략을 세웠다. 사명의 ‘엠티’가 고기 수입(meat trade)의 약자인 점이 잘 알려주듯, 어펄마캐피탈이 인수할 당시 선우엠티는 수입한 육류를 도매상에 판매하는 B2B(기업 간 거래) 회사였다. 어펄마캐피탈은 여기에 가공회사와 유통회사를 추가해 선우엠티를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기업으로 탈바꿈시키면 최적의 수익모델을 갖춘 회사로 키울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을 했다. 도매상부터 대형식당과 가정에 이르는 유통채널을 거치며 발생하는 수수료를 모두 수익으로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펄마캐피탈은 회사 이름을 선우프레시로 바꾸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이후 적극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서는 ‘볼트온(bolt-on) 투자’ 전략을 구사했다. 첫 투자 대상은 2019년 인수한 육류 온라인 플랫폼 ‘푸드장’이었다. 푸드장은 육류 배송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로 선우프레시의 기존 거래처였다. 푸드장을 인수하면서 선우프레시는 별도의 유통 마진 없이 육류 재고를 온라인을 통해 바로 고객에게 배송할 수 있게 됐다.
이듬해엔 이동갈비와 숲풀림식품, 피엠플레이스를 잇따라 인수했다. 이동갈비는 원육을 절단하는 등 물리적으로 가공하는 1차 육가공 기술과 양념육 제조 기술을 갖춘 회사다. 이동갈비 인수를 통해 선우프레시는 맞춤형 상품을 만들어 홈쇼핑에 판매하는 등 채널을 확장할 수 있었다.
곧이어 숲풀림식품을 인수했다. 탕·국류 등 가정간편식(HMR) 제조에 특화된 육가공 공장이다. 이동갈비가 물리적 가공을 담당한다면 숲풀림식품은 원육을 가열하고 조리하는 등 화학적 가공에 주력하는 회사다. 두 회사 인수를 통해 선우프레시는 원료육의 재고 유통기한을 늘리는 동시에 B2C 채널을 확보하는 효과를 보게 됐다. 아울러 기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구입했던 HMR 제품을 직접 생산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추게 됐다.
마지막 인수 회사인 피엠플레이스는 오프라인 정육점 ‘앵거스박 쇠고기상점’의 운영사다. ‘유럽식 정육점’을 표방하는 프리미엄 정육점으로, 전국에 30개 매장에서 고기를 판매하고 있다. 어펄마캐피탈은 피엠플레이스까지 인수하면서 선우프레시의 통합 밸류체인을 완성할 수 있었다.
효과는 2020년부터 본격화하면서 매출과 현금흐름이 급성장했다. 인수 첫해인 2018년 2433억원이던 선우프레시 매출은 지난해 4655억원으로 3년 새 배 수준으로 늘었다. 현금흐름을 보여주는 연간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같은 기간 150억원에서 687억원으로 급증했다. 어펄마캐피탈은 1000억원에 인수했던 선우프레시의 기업가치가 현재 7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박시은 기자 seek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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