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14일 전격 만찬 회동을 하고 공동정부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뜻을 모았다. 안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의 초대 내각 인선에 자신이 추천한 인사가 모두 배제되자 전날 저녁부터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잠행에 들어갔다. 하지만 윤 당선인이 안 위원장과 전격 회동해 극적으로 갈등을 봉합하면서 양측 간 파열음은 일단 진정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과 안 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강남의 한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함께했다. 이 자리에 배석한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기자들에게 “(두 사람이)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완전히 하나가 되기로 했다”며 “(만찬 자리에는) 웃음이 가득했고 국민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공동정부가 한 치도 흔들림 없이 손잡고 가자고 했다”고 전했다.
정치권에선 회동 배경에 대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난 대선 당시 약속한 공동정부 구상이 파기될 경우 윤 당선인 측에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안 위원장 역시 이렇다 할 출구전략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양측이 전격적으로 갈등을 봉합하면서 내각 인선을 둘러싼 논란은 일단 수면 아래로 잦아들 전망이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과학기술과 보건복지 분야에서 안 위원장과의 논의를 강화하기로 했다”며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도 안 위원장 중심으로 선정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간 합당 역시 윤 당선인이 적극 지원해 조속히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만찬 회동은 내각 인선을 둘러싼 갈등이 ‘결별설’로 번지는 와중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앞서 안 위원장은 서울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에 하루 종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오전에 예정돼 있던 서울소방본부 방문은 취소했다. 전날엔 윤 당선인과 인수위원들의 도시락 만찬에 불참하고 일찍 퇴근했다.
일정을 취소한 안 위원장은 서울 모처에서 대선 당시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를 만났다. 비공개로 이뤄진 만남에서 두 사람은 안 위원장을 철저히 소외시킨 내각 인선을 놓고 대응책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18일 인수위 출범 당시만 해도 적게는 2~3명, 많게는 4~5명까지 안 위원장 측 인사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일부 인사에 대한 추천 이후 내각 인선 과정에서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안 위원장 측 주장이다. 신용현 인수위 대변인은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안 위원장이 전문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 몇몇 부처에 대해서는 의견을 전했으면 했는데 그럴 기회가 없었다고 (안 위원장이) 직접 밝혔다”고 했다.
이에 대해 윤 당선인은 14일 2개 부처 인선을 발표한 뒤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서 “어느 특정 인사를 배제한 사실은 없다”며 “추천받은 분들과 우리나라의 인재풀에서 잘 찾아서 서로 비교해 장관 후보자를 선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안 위원장으로부터 추천받았고, 인선 과정이 어떻게 이뤄졌는지도 충분히 설명해 드렸다”며 “거기에 대해 아무 문제가 없고, 본인(안 위원장)이 불쾌해하거나 이런 것은 전혀 없는 걸로 안다”고도 했다.
윤 당선인 측과 안 위원장 측 간 갈등은 지난 11일 안 위원장의 최측근인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이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위원을 사퇴하면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1차 내각 인선 발표에서 안 위원장 측 인사가 한 명도 포함되지 않은 직후다. 이 의원의 사퇴로 공석이 된 자리 역시 이틀 만에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으로 채워졌다. 안 위원장 측 인사는 “인수위 활동을 이끌고 윤 당선인에게 주요 내용을 보고하는 등 전력을 다했는데 장관 인선 명단조차 안 위원장이 사전에 보지 못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노경목/이동훈/오형주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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