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어느 대도시 상점가 풍경이 아니다. 미국 예일대 역사학 교수 발레리 한센이 《1000년》에서 묘사한 기원후 1000년 중국 송나라의 도시 취안저우의 거리 모습이다.
한센은 기원후 1000년 무렵을 오늘날의 세계를 만든 세계화의 출발점으로 지목한다. 15~16세기 이른바 ‘대항해 시대’에 비로소 전 세계가 연결됐다는 유럽 중심 역사관에 대한 반박이다.
한센은 1000년 무렵 세계 각 지역에 생긴 주요 탐험과 교역 현장을 상세하게 파고든다. 이 시기 활동한 주요 탐험가들은 중국인과 인도인, 아랍인이었다. 당시 세계 최장 해상로는 페르시아만 도시들을 중국 남동해안 항구로 이어준 통로였다. 송나라의 대표적인 국제교역항 취안저우에서는 세계 각지의 상인들이 온갖 상품을 거래했다.
페르시아만과 아프리카 동부 해안을 잇는 해로를 따라 금과 노예무역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아메리카에도 남북을 가로지르는 독자적인 교역망이 구축됐다. 유카탄반도 마야인들은 북쪽으로는 미시시피강 계곡까지, 남쪽으로는 콜롬비아까지 이동하며 금강앵무와 초콜릿을 수출하고 터키석을 수입했다. 바이킹(노르드인) 탐험가들은 북대서양을 넘어 캐나다 뉴펀들랜드섬에 도착했다. 이 탐험은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의 기존 무역로들을 연결했다.
저자는 이 시기 처음 개통된 통로를 따라가며 이후 500여 년간 그 길들이 끼친 영향을 살펴본다. 그는 “세계화는 15세기 이후 유럽인들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며 “그들은 그저 기존에 있던 것을 바꾸고 증대시킨 것뿐”이라고 주장한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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