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대선 이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송파구 잠실동 등 강남권 재건축 추진 단지에서 매물이 급감하고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내고 집값도 더 오를 것이란 기대가 확산하면서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또 다른 재건축 규제 완화 수혜 지역으로 꼽히는 양천구 목동, 신정동에선 매물이 오히려 늘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지역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 시행(5월 11일)과 보유세 산정 기일(6월 1일)을 앞둔 상황에서 강남으로 ‘갈아타기’를 시도하는 집주인들이 서울 다른 지역보다 유난히 많다”고 입을 모았다.
매물은 늘어나는 추세지만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탓에 거래는 여전히 뜸한 편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선 실거주자만 주택을 매수할 수 있고, 기존 세입자와의 계약이 끝나기 전까지는 주택을 처분할 수 없다. 아직 신고 기한(4월 30일)이 보름가량 남았지만, 지난달 목동과 신정동 아파트 거래량은 17건에 불과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기 전인 작년 3월 168건의 매매 계약이 체결된 것과 비교하면 거래가 사실상 끊긴 분위기다. ‘거래 절벽’ 상황에서도 간혹 거래되는 매물이 신고가를 경신하면서 집값은 내리지 않고 있다. 지난달 말 목동신시가지 9단지 전용면적 106㎡는 직전 거래가(19억8000만원·2월)보다 1억7000만원 높은 21억5000만원에 팔려 최고가를 경신했다.
목동신시가지는 압구정동, 여의도동 일대 재건축 단지보다 사업 속도가 더딘 편이다. 14개 단지 중 재건축 1차 관문인 안전진단을 통과한 곳은 6단지 한 곳뿐이다. 2020년과 지난해 9단지와 11단지가 연거푸 안전진단에서 고배를 마시면서 안전진단 완화에 대한 기대가 다른 어느 지역보다 높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기간 ‘준공 30년 차 이상 아파트 정밀안전진단 면제’ ‘안전진단 기준 완화’ 등을 약속했지만 규제 완화 신중론 속에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목동 B공인 관계자는 “기대와 달리 안전진단 문턱을 넘는 데 하세월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고 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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