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대학원도 이공계가 '점령'

입력 2022-04-15 17:21   수정 2022-04-16 00:24

서울대 고려대 성균관대 등 주요 대학들이 인공지능(AI) 데이터사이언스 등 첨단 분야 대학원 정원을 앞다퉈 늘리고 있다. 지원자가 미달인 어문계열 대학원 정원을 줄이고 첨단 분야 정원을 늘리는 방식이다. 그런데도 ‘쏠림현상’으로 경쟁률이 계속 치솟고 있다.

15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대는 올해부터 다른 대학원 결손 인원을 활용해 첨단 분야 대학원 모집 정원을 늘리기로 했다.

올해는 석·박사 과정을 합쳐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에서 55명, 항공우주공학과에서 11명, 인공지능전공에서 27명 등으로 정원이 증가했다. 성균관대는 나노과학기술학과, 인공지능학과 등에서 105명, 고려대는 금융보안학과 핀테크보안전공 등에서 40명을 늘렸다.

이 같은 대학원생 정원 조정은 지난해 교육부 차원에서 첨단 신기술 분야 석·박사 정원을 늘리도록 유도한 데 따른 것이다. 지원자가 미달해 특정 대학원에서 모집 정원보다 적은 수를 선발하는 사례가 반복되자 그 결손 인원을 활용해 수요가 많은 첨단 분야 대학원생 숫자를 확대하도록 했다.

갈수록 인기가 떨어지는 어문계열은 서울대마저 최근 대학원생 모집에 난항을 겪고 있다. 서울대 인문대 영문학과는 2018년 전기 모집 때만 해도 석사과정 신입생이 10여 명이었지만, 매년 줄어들어 올해 전기 모집에는 단 2명만 입학했다. 서울대 철학과 동양철학전공은 이번 전기 모집에서 석사과정을 한 명도 선발하지 않았다. 서울대 인문대 관계자는 “실제로 지원자가 부족해 선발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모집 정원의 2~3배가 지원해도 적합자가 없어 뽑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반면 첨단 분야 대학원은 지원자가 몰려 경쟁률이 치솟고 있다.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은 2020학년도에 석사과정 40명을 모집했는데 257명이 지원해 경쟁률이 6 대 1을 넘어섰다. 수요에 맞춰 모집 정원도 늘리는 추세다.

최근에는 문과계열 학부 졸업생도 이공계열 대학원에 몰리고 있다. 학부 전공과 상관없이 지리학, 인류학, 언어학 등 문과계열 전공자도 인공지능대학원 등에 지원하고 있다.

서울대 지리학과 재학생 최모씨(23)는 “원래 환경지리학을 공부하기 위해 지리학과대학원에 진학하려고 했지만, 데이터를 이용해 아이디어를 구현할 방법까지 배우려면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이 낫고 판단해 내년에 지원할 계획”이라고 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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