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실수로 잘못된 결정이 내려져 당사자가 큰 손해를 봤다고 해도, 법에 규정된 불복절차를 밟지 않았다면 국가에는 배상 책임이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A씨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15일 밝혔다.
이에 B사는 2014년 4월 법원에 제소명령을 신청했다. 제소명령은 채권자가 가압류만 해놓고 본안소송을 미루는 경우 법원이 채권자에게 본안소송을 제기하라고 내리는 명령이다. 가압류는 본안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에 채무자가 자신의 자산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게 내리는 절차다. B사는 빨리 본안소송을 진행해 가압류의 정당성을 판단받으려고 한 것이다.
법원은 그해 5월 7일 B사의 신청을 받아들여 A씨에게 ‘이 결정을 송달받은 날부터 20일 안에 본안의 소를 제기하고, 이를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A씨는 같은 해 5월 12일 제소명령 등본을 송달받고, 6월 2일 B사를 상대로 지급명령(본안소송)을 신청했다. 이를 날짜 수로 계산하면 송달 21일 뒤였다.
B사는 이에 ‘A씨가 기간 안에 본안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며 가압류 취소 신청을 했고 법원은 같은 해 9월 이를 받아들였다. A씨는 항고를 제기했다. 항고심 재판부는 “법원이 제소기간 만료일을 착오했다”며 1심 결정을 뒤집었다. 민법 161조는 기간을 정할 때 마지막 날이 토요일이거나 공휴일이라면 그다음 날에 만료하도록 정하고 있는데, 2014년 6월 1일은 일요일이므로 본안소송 제기 마지막 날은 6월 2일이 맞는다는 것이다.
항고심에서 법원 계산이 잘못된 것이라는 결론을 받았으나, 이미 부동산은 경매를 통해 제3자에게 소유권이 넘어간 이후였다. A씨는 “부동산 강제 경매에 참여해 배당받으려 했으나 법원의 실수로 경매절차에서 전혀 배당받지 못했다”며 예상 배당액인 7억8000여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반면 2심은 “원고가 즉시항고를 제기했을 당시 수감 중이어서 법률적 조언을 받기 어려웠다”며 “즉시항고를 담당한 항고심 재판부도 직권으로 효력 정지를 할 수 있어 원고의 잘못으로만 보기 어렵다”고 A씨 손을 들어줬다. 다만 국가의 책임을 60%로 제한했다.
대법원은 항소심 판단을 뒤집고 모든 책임을 A씨에게 돌렸다. 재판부는 “수감 중에도 즉시항고를 할 수 있던 이상, 효력 정지를 신청하지 못할 사정이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재판에 대한 불복절차나 시정절차가 마련돼 있는데도 이를 이용하지 않았다면 원칙적으로 국가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며 “가압류 관련 재판이라고 해서 달리 볼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A씨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15일 밝혔다.
○법원 실수로 가압류 등기 말소
사건은 2013년 8월 A씨가 주식회사 B사의 미등기 부동산 건물에 가압류를 신청하면서 시작됐다. 법원은 같은 해 9월 가압류 신청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A씨는 B사의 부동산 건물을 가압류만 해두고, 본안소송은 제기하지 않았다.이에 B사는 2014년 4월 법원에 제소명령을 신청했다. 제소명령은 채권자가 가압류만 해놓고 본안소송을 미루는 경우 법원이 채권자에게 본안소송을 제기하라고 내리는 명령이다. 가압류는 본안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에 채무자가 자신의 자산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게 내리는 절차다. B사는 빨리 본안소송을 진행해 가압류의 정당성을 판단받으려고 한 것이다.
법원은 그해 5월 7일 B사의 신청을 받아들여 A씨에게 ‘이 결정을 송달받은 날부터 20일 안에 본안의 소를 제기하고, 이를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A씨는 같은 해 5월 12일 제소명령 등본을 송달받고, 6월 2일 B사를 상대로 지급명령(본안소송)을 신청했다. 이를 날짜 수로 계산하면 송달 21일 뒤였다.
B사는 이에 ‘A씨가 기간 안에 본안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며 가압류 취소 신청을 했고 법원은 같은 해 9월 이를 받아들였다. A씨는 항고를 제기했다. 항고심 재판부는 “법원이 제소기간 만료일을 착오했다”며 1심 결정을 뒤집었다. 민법 161조는 기간을 정할 때 마지막 날이 토요일이거나 공휴일이라면 그다음 날에 만료하도록 정하고 있는데, 2014년 6월 1일은 일요일이므로 본안소송 제기 마지막 날은 6월 2일이 맞는다는 것이다.
항고심에서 법원 계산이 잘못된 것이라는 결론을 받았으나, 이미 부동산은 경매를 통해 제3자에게 소유권이 넘어간 이후였다. A씨는 “부동산 강제 경매에 참여해 배당받으려 했으나 법원의 실수로 경매절차에서 전혀 배당받지 못했다”며 예상 배당액인 7억8000여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본인이 ‘집행정지’할 기회 놓친 책임”
사건을 심리한 1심과 항소심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A씨가 ‘즉시항고’만 하고 가압류 취소 결정에 대한 ‘효력 정지’ 신청을 하지 않아 경매절차에서 배당받지 못한 만큼 국가로부터 구제받을 수 없다고 봤다. 1심 재판부는 “국가 배상 책임이 인정되려면 법관이 부당한 목적을 가지고 재판했다는 것이 인정돼야 한다”며 “그게 아닌 경우 당사자가 불복절차나 시정절차를 구하지 않으면 국가 배상을 받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반면 2심은 “원고가 즉시항고를 제기했을 당시 수감 중이어서 법률적 조언을 받기 어려웠다”며 “즉시항고를 담당한 항고심 재판부도 직권으로 효력 정지를 할 수 있어 원고의 잘못으로만 보기 어렵다”고 A씨 손을 들어줬다. 다만 국가의 책임을 60%로 제한했다.
대법원은 항소심 판단을 뒤집고 모든 책임을 A씨에게 돌렸다. 재판부는 “수감 중에도 즉시항고를 할 수 있던 이상, 효력 정지를 신청하지 못할 사정이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재판에 대한 불복절차나 시정절차가 마련돼 있는데도 이를 이용하지 않았다면 원칙적으로 국가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며 “가압류 관련 재판이라고 해서 달리 볼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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