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배터리 재활용에 꽂힌 기업들, 유상증자·IPO로 실탄 마련 나서

입력 2022-04-15 17:18   수정 2022-04-16 01:01

배터리를 분해해 니켈, 코발트 등 원자재를 회수하는 폐(廢)배터리 재활용 시장이 주목받으면서 기업들이 관련 투자를 위한 실탄 마련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코스모화학은 지난 12일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시행한다고 공시했다. 모집 규모는 340만 주다. 코스모화학이 제시한 예상 발행가액은 1만2200원, 총 모집금액은 415억원 수준이다.

코스모화학은 백색안료용 이산화티타늄과 2차전지 소재인 황산코발트를 제조하는 회사다.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 부문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는 구상이다. 확보한 재원은 폐배터리 재활용 시설 투자(300억원)와 폐배터리 스크랩 매입(115억원)에 투입된다. 코스모화학은 지난해 8월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폐배터리 재활용 부문에 3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공장 증설이 완료되면 연간 니켈 4000t, 코발트 2000t을 생산할 수 있다.

증시 입성을 추진하는 기업도 등장했다. 성일하이텍은 코스닥시장 상장을 위해 심사 일정을 밟고 있다. 귀금속 재활용 사업이 주력이던 성일하이텍은 2008년 리튬이온계 배터리를 재활용하는 전문회사로 탈바꿈했다. 폐배터리 재활용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말레이시아 중국 인도 등 해외 사업장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대기업도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말 북미 최대 배터리 재활용 업체인 라이사이클(Li-Cycle) 지분 확보를 위해 600억원을 투자했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 계열사인 SK온도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었다. 중견 건설회사인 아이에스동서는 올초 캐나다 배터리 재활용 업체인 리시온의 지분을 5% 이상 확보했다.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는 빠르게 커지고 있다. 원자재 가격 변동에 영향받지 않고 니켈, 코발트 등을 조달할 수 있어 글로벌 기업이 잇따라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폐배터리 수가 급증하는 것도 호재다. 삼정KPMG가 지난달 발간한 ‘배터리 순환경제, 전기차 폐배터리 시장의 부상과 기업의 대응 전략’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2025년 7억9400만달러(약 9760억원)에서 2040년 574억달러(약 70조5700억원)로 연평균 33%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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