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가 난 줄 알고 겨우 참았는데, 그게 아니었더라고요.”
서울역 인근 직장에 다니는 회사원 정모씨. 그는 지난 14일 오후 6시께 서울 강남의 약속 장소로 가기 위해 차를 몰아 남산 소월길을 넘었다. 하지만 북한남 삼거리 일대가 꽉 막히는 바람에 약속 장소에 40분이나 늦게 도착해야 했다. 경찰이 도로 한쪽을 막아 놓은 채 교통 통제를 한 탓이다. 그는 “예고도 없이 도로를 막는 바람에 하루 일정을 망쳤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한남동, 이태원동 일대는 오후 5시께부터 7시까지 약 2시간 동안 극심한 교통 체증으로 몸살을 앓았다. 체증을 유발한 원인은 다름 아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후 출퇴근 동선 경호 점검 작업. 15일 서울경찰청 등에 따르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경찰 측은 이날 저녁 대통령 관사로 쓸 계획인 육군참모총장 공관에서 대통령 집무실로 예정된 국방부 청사로 가는 길목을 통제하는 일종의 ‘교통영향평가’를 실시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통제를 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VIP 경호와 관련된 사안이라 구체적인 정보를 확인해 줄 수는 없다”고 했다.
경찰의 교통 통제는 앞으로 수차례 더 시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위와 청와대 경호처 등이 노후화된 육군참모총장 공관 리모델링 공사가 지연될 경우를 대비해 윤 당선인의 서초동 자택 출퇴근 동선도 점검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일 출퇴근할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교통 체증이 더 심각해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남동과 이태원 일대 차로가 넓지 않고 우회로도 많지 않다. 한 시민은 SNS에 “교통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이 나오지 않으면 시민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 관계자는 “여러 코스와 시간대를 검토해 시뮬레이션 주행을 해보는 등 국민 불편을 줄일 예정”이라며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민기/김인엽 기자 k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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