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기반차량(PBV)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은 기아가 쿠팡을 첫 번째 파트너로 점찍었다.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의 최강자인 쿠팡과 손잡고 PBV 기반의 ‘미래형 쿠팡카’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협력으로 고객사의 비즈니스 목적에 따른 맞춤형 상용차인 PBV의 첫 번째 모델은 쿠팡의 배송차량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기아는 최근 쿠팡과 ‘쿠팡-기아 PBV 비즈니스 프로젝트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협약을 통해 두 회사는 물류·유통 시장에서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PBV를 함께 연구하고, 2025년 상용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을 적용한 ‘쿠팡 PBV’를 공동 출시하기로 했다. 쿠팡이 자사 서비스에 필요한 맞춤형 요구를 기아에 제시하면 기아가 기술과 개발 역량을 활용해 ‘미래형 쿠팡카’를 만들어 낸다는 구상이다.
PBV는 고객사 요구에 따라 개발하는 ‘미래형 맞춤 상용차’다. 소방당국에서 운영하는 구급차처럼 기업이 필요에 따라 기아에 서비스용 차량 제작을 의뢰하는 방식이다. 쿠팡은 설계 단계부터 적재 공간을 최적화하고 적재함을 경량화한 차량을 개발할 수 있다. 향후 무인 자율주행 전기 배송차량도 개발이 가능하다. 기아와 쿠팡은 우선 배송 효율성과 배송기사 업무 편의를 고려한 쿠팡카를 개발한 뒤 자율주행, 전기차 등으로 개발 범위를 넓혀 갈 계획이다.
이제까지 PBV를 미래 먹거리로 선언하는 정도였던 기아는 쿠팡이라는 거대 유통기업을 파트너로 확보하면서 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쿠팡은 직매입 상품 배송차량만 현재 5000대가량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진출이 확실시되는 3자 물류(택배) 사업을 본격화하면 수만 대의 쿠팡카를 운영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로서는 쿠팡카 개발로 대규모 PBV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쿠팡이 기아 PBV를 미래형 쿠팡카로 낙점한 것은 유통가 ‘배송 전쟁’에서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기아 관계자는 “쿠팡에 추가적인 기술을 제안해 다양한 기능이 탑재된 차량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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