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명사의 발음은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 기존의 관습적 발음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단어의 발음이나 해당 인명의 표기 등을 두루 고려했을 때 [윤서결]로 발음하는 것이 좀 더 적절해 보입니다.’ 지난 3월 국립국어원이 홈페이지 내 게시판인 ‘온라인가나다’에 올라온 답변 요지다. 20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윤석열 당선인의 이름을 어떻게 발음하는 게 좋을지 국어원이 내린 유권해석이다.
많은 논란과 주장이 나왔지만, 핵심은 한자어 이름을 합성어로 볼 것인지 아닌지로 귀착된다. 합성어로 보면 [성녈]이고, 한 단어로 보면 [서결]이다. 여기에 고유명사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판단하면 된다. 그런데 이름의 합성어 여부 판단이 그리 간단치 않다. 합성어에 관한 변별 자체가 역사적으로 논란거리였다. 국립국어원에서는 이번 온라인가나다 답변을 통해 이름(名)을 합성어로 보지 않는다고 의견을 밝힌 셈이다.
2음절 한자어를 비롯해 이름을 합성어로 보기 어려운 것은 ‘흡열/절약/독약/석양/면역’ 같은 단어 몇 개만 봐도 금세 드러난다. 한자어라는 특성상 뜻글자 결합으로 이뤄졌지만, 글자와 글자 간 경계를 느끼지 못한다. 이들은 발음할 때 자연스럽게 [흐별/저략/도갹/서걍/며녁] 식으로 받침이 흘러내린다. 연음(連音)은 우리말 발음에서 아주 흔한, 중요한 음운현상이다.
이들 단어가 합성어인지 아닌지의 판단은 ‘독약(毒藥)/농약(農藥)’과 ‘알약(알藥)/물약(물藥)’을 발음해 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한 단어가 된 ‘독약[도갹]/농약[농약]’은 받침이 흘러내리는 데 비해 ‘고유어+한자어’ 합성어인 ‘알약/물약’은 [알냑]/[물냑](ㄴ음 첨가 현상)을 거쳐 [알략]/[물략](유음화 현상)으로 바뀌어 발음된다.
‘석열’을 발음할 때 ‘석’과 ‘열’ 사이에서도 ㄴ음 첨가 현상은 일어나지 않는다. 이름을 합성어로 보지 않으니 애초 제29항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전제가 [석녈]로 발음할 조건이 아니므로 자연스럽게 [서결]로 흘리면 된다. 이를 [성녈]로 발음하려면 [석열→석녈](ㄴ음 첨가)로 바꾼 뒤 다시 자음동화, 정확히는 비음화 현상(‘ㄴ’의 영향으로 받침 ‘ㄱ’이 콧소리인 ‘ㅇ’으로 변하는 것)을 거쳐야 가능하다. 이때는 이름을 합성어로 보고 29항을 적용한 것이다. 하지만 국어에서 이런 방식은 일반적이지 않다.
다만 고유명사의 경우 개별적 고유성을 인정해 ‘ㄴ’음이 첨가된 본인 발음을 우선가치로 삼을 수 있다. 우리 어법에서 관행에 따른 표기와 발음은 흔한 현상이다. 따라서 [윤서결]을 원칙으로 하되, 관행적 발음인 [윤성녈]을 실제 발음으로 통일해 쓰는 게 일상의 국어 생활에 혼란을 줄이는 길이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