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0.113%포인트 내린 연 2.888%로 마감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공격적인 긴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고채 3년물은 지난 8일 연 2.987%로 3%대에 가깝게 급등한 바 있다.
전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만장일치로 현재 1.25%인 기준금리를 1.50%로 인상했다. 최근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를 넘으면서 인플레이션에 대응해야 할 유인이 커졌기 때문이다.
국고채 3년물이 하락한 데에는 예상보다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성향이 약했던 것으로 감지돼서다. 주상영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의장 직무대행은 "(금리 인상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다소 높아지긴 했지만, 어떤 좁은 범위에 모여있기보단 다양해졌다는 측면도 있다"며 "금통위 의견도 그 전보다 조금 다양해졌으며 물가를 보면 (금리를) 좀 더 높여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을 할 수 있는데, 동시에 경기 하방 위험도 커졌기 때문에 생각이 다양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경기 하방 위험도 고려해야 한다는 점도 국고채 금리를 끌어내리는 쪽으로 작용했다. 주 직무대행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물가 상방 위험을 높이는 건 맞지만, 성장의 하방 위험도 높인다"며 "물가뿐 아니라 성장의 하방 위험도 균형 있게 고려해 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통화정책 방향 문구에선 국내 경제 성장세와 관련해 '양호한'이라는 문구가 삭제됐다. 지난 2월엔 국내경제가 '양호한' 성장세를 지속에서 이번 금통위는 '회복세를 지속'으로 문구를 수정했다. 이를 경기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이 다소 줄어들었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또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의 추가 조정 시기를 고려하는 데 지정학적 리스크를 감안하겠다는 문구가 추가됐다.
안재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원자재 가격 상승과 부품 조달 등으로 설비 및 건설투자가 부진할 수 있고, Fed의 긴축 가속화에 따른 글로벌 경기 흐름 변화 여부는 향후 경기 흐름에 부정적일 요인들"이라며 "앞으로 성장 하방 위험도 확인하겠다고 한 부분까지 고려하면 4월 금통위는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덜 매파적인 회의였다"고 분석했다.
단기적으로 채권시장의 변동성은 해소됐지만, 다음 달 추가로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는 판단이 나온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5월 초 주요국의 통화 정책회의 결과에 따라 시장의 5월 금통위 금리인상 전망은 높아질 수 있다"며 "오는 19일 열리는 청문회에서 후임 한은 총재 후보가 매파적 발언을 이어가면 이에 대한 전망은 더 높아질 것이고, 다음 달 3일 발표될 4월 소비자물가도 3월보다 오를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짚었다.
추가 인상 시기와 관련해 시장에선 5월과 7월로 의견이 나뉘고 있지만, 연내 기준금리는 2%에 도달할 것으로 입을 모으고 있다. 4월에 선제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는 점에서 5월 금리 동결이 진행될 수 있지만, 다음 달 새 정부의 출범으로 추가경정예산(추경)이 예상되는 만큼 한은에 물가 안정 책무가 더 강조된다는 점에서 5월 금리인상 가능성도 대두된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이번 간담회에서 미국의 경우 중립 금리 이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지만, 한국은행은 그럴 상황이 아니라고 언급했다"며 "이런 점에서 연말까지 한은 기준금리가 2.00%까지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하지만, 여기에 도달하는 시기는 다소 앞당겨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도 "연내 두 차례 추가 인상으로 연말까지 2%를 향해가는 기준금리 인상 경로에 대한 판단을 유지한다"며 "인상 시점은 7월과 10월로, 기존 전망보다 한 달씩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이번 금리 인상기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JP모건은 한은이 올해 3분기와 4분기 내년 1분기까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올려, 내년 1분기 기준금리가 2.25%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박석길 JP모건 금융시장운용부 본부장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짐에 따라 매파적 편향을 반영, 2023년 말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여전히 2.25%로 전망한다"며 "2.25%에 도달하는 시기는 내년 1분기로 기존 예상보다 1분기 더 빨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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