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차 시장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최근 유가 급등으로 경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다 유류세 환급 등의 혜택도 경차 인기를 뒷받침하고 있다. 부품 부족에 따른 생산차질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빠른 출고가 가능한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15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경차 판매량은 1만2543대로 2019년 이후 최다 월간 판매량을 기록했다. 캐스퍼 3725대, 레이 3566대, 모닝 3559대, 스파크 1693대가 팔리며 모든 모델이 올 들어 최다 월간 판매량을 올렸다.
올 1분기 전체로 살펴봐도 경차는 3만189대가 판매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5% 늘었다. 캐스퍼가 1만977대로 가장 많이 팔렸고 레이는 1만382대가 판매됐다. 모닝은 6793대, 스파크는 1925대가 팔렸다.
같은 기간 국산차 전체 내수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4%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이번 분기 경차 판매량은 현대차 코나, 기아 니로 같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판매량을 넘어섰다. 1분기 소형 SUV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0.3% 감소한 2만5788대에 그쳤다. 분기 기준으로 경차 판매량이 소형 SUV를 추월한 건 6년 만이다.
이례적 고유가가 경차 판매량 증가 요인으로 꼽힌다. 국제 유가 상승으로 국내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L당 2000원을 넘어서며 연비가 높은 경차에 관심이 쏠렸다는 분석이다.
유가가 오르자 유류세 환급 메리트도 높아졌다. 배기량 1000㏄ 미만 경차 소유자는 휘발유·경유 L당 250원, LPG는 L당 161원을 30만원 한도 안에서 돌려받을 수 있다. 유류구매카드를 발급받으면 별도 신청절차 없이 카드사가 환급액을 차감하고 대금을 청구한다.
휘발유 가격이 L당 2000원에 육박하고, 경유 가격도 L당 1900원을 넘는 가운데 10% 이상 할인을 받을 수 있는 경차의 장점이 새삼 주목받는 셈이다.
신차 출고도 다른 차종들보다 빠르다. 캐스퍼는 현재 계약하면 3개월이면 차를 인도 받을 수 있고, 스파크도 출고까지 2개월만 기다리면 된다. 모닝과 레이는 내비게이션을 선택하지 않을 경우 출고까지 각각 1개월과 3개월이 걸린다.
반면 소형차인 아반떼와 베뉴 같은 경우 6개월 이상 대기해야 한다. 전기차나 일부 하이브리드 모델의 경우 신차를 인도받으려면 1년~1년6개월가량 기다려야 하는 것과 비교하면 확실히 출고 대기가 짧은 편이다.
이같은 추세가 지속돼 올해 경차 판매량이 3년 만에 다시 연간 10만대를 넘어설지도 주목된다. 잒년 9월 첫 차를 양산한 캐스퍼는 지난달 말 기준 누적 생산 2만대를 돌파했다.
캐스퍼를 생산하는 광주글로벌모터스공장(GGM)은 지난달까지 월평균 3900대 생산에서 4월부터는 시간당 생산대수(UPH)를 끌어올려 월평균 4500대를 생산하고 있다.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목표인 5만대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레이는 4만대 판매를 목표로 잡고 있고, 모닝과 스파크도 지금까지의 판매량 추세가 이어진다면 연간 10만대 돌파가 가능할 전망이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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