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세지는 소액주주…과도한 기부 문제 삼고 대표 최저임금만 받게 하기도

입력 2022-04-15 17:47   수정 2022-04-16 01:34

소액주주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대주주에게만 유리한 회사 측의 의사결정을 문제 삼아 소송에 나서거나 대표이사를 끌어내리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증권가에선 동학개미 열풍 이후 개인투자자가 급증한 데다 최근 기업 물적분할 과정에서 소액주주의 이익 보호에 대한 문제의식이 커지면서 개미들의 집단행동이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양증권 소액주주들은 한양증권의 과도한 기부금 지출에 반발하며 소송 준비에 들어갔다. 한양증권은 대주주인 한양학원(지분율 16.29%)에 매년 기부금을 내고 있는데, 2018년 6억원이던 금액이 지난해 33억원까지 불어났다. 한양학원은 한양대를 운영하는 학교법인이다.

소액주주들은 대주주가 다수 주주의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부 주주는 대주주가 기부금을 받은 것은 부당 이득을 취한 것이라며 반환 소송에 동참할 주주를 모으고 있다.

한양증권 관계자는 “회사의 창립 목적이 학교 사업에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라며 “기부금은 개인의 사익 추구를 위해 사용하지 못하도록 교육부와 감사원의 감사를 거친다”고 했다.

앞서 동원산업은 비상장사 동원엔터프라이즈를 흡수 합병하겠다고 발표하며 개미들의 반발을 샀다. 순자산 가치만 6000억원이 넘는 스타키스트(동원산업 자회사)의 가치는 사실상 ‘제로’로 평가하고 동원엔터프라이즈의 가치는 지나치게 높게 평가해서다. 이 방식대로 합병 시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의 동원산업 지분율은 42.82%에서 48.40%로 올라간다. 소액주주들은 합병 결의 금지 가처분 신청을 검토 중이다.

소액주주들은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도 실력 행사에 나섰다. 지난달 열린 셀트리온 주총에서 소액주주가 “임원들이 주가 하락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며 최저임금만 받을 것을 요구했다. 서진석 이사회 의장과 기우성 대표는 이를 수용했다. 지난달 말 헬릭스미스 주총에서는 사측 사외이사 2명의 해임안이 부결되고 소액주주 측이 지지한 사내이사 1명의 선임안이 가결되기도 했다. 이달 초 코스닥시장 상장사 티엘아이에선 소액주주연대가 대표이사를 교체하고 스스로 최대주주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소액주주를 등에 업은 행동주의 펀드가 주총에서 승리를 거두는 경우도 많아졌다. 지난달 사조오양 주총에서 차파트너스가 내세운 감사후보가 선임된 게 대표적이다. 에스엠 주총에서도 얼라인파트너스가 추천한 감사후보가 선임됐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식 투자자가 늘고, 물적분할 등 소액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일이 빈번했던 게 소액주주들의 입김이 세지는 결과를 낳았다는 분석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식 유튜브 방송 등이 활성화하며 대주주의 사익 편취 등 한국 시장의 문제점을 투자자들이 더 많이 알게 됐다”며 “개미들이 합심해 회사 의사결정을 바꾸는 사례가 늘고 있어 앞으로 ‘소액주주 운동’은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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