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위 공직자의 직업윤리를 다시 생각한다

입력 2022-04-15 17:03   수정 2022-04-16 08:41

윤석열 정부를 이끌 국무총리 및 18개 부처 장관 후보자 명단이 발표된 뒤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 측은 능력과 전문성을 감안한 ‘실용 인사’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일부 인선은 고위 공직자의 기본 덕목조차 담보하지 못한 ‘부실 인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통합과 상식 복원, 성장을 내건 새 정부가 마땅히 경청하고 보완해야 할 대목이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들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인사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고 있는지 의심하게 할 정도다. 정 후보자의 두 자녀는 그가 경북대병원 진료처장(부원장)과 병원장으로 재직하던 2017년과 2018년에 각각 경북대 의대에 편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두 자녀 모두 경북대병원에서 같은 시기에 봉사활동을 한 것이나 공대 출신 아들이 전자공학회 논문 두 편에 학사로는 유일하게 참여해 경북대 의대 편입 때 활용한 것 등이 모두 ‘아빠 찬스’ 의혹을 받고 있다. 정 후보자는 “특혜는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국민이 과연 몇이나 될지 의문이다.

고위 공직자의 자녀 교육과 병역 문제는 시대를 불문하고 가장 민감한 검증 항목 중 하나였다. 더구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자녀 입시 비리 의혹으로 본인과 가족은 물론 문재인 정권 자체의 몰락을 자초한 게 바로 엊그제이고, 그런 불공정을 몰아내겠다고 나선 게 윤 당선인 자신이다. 장관 후보자들의 자녀 입시 관련 내용을 누구보다 신경써 챙겨봐야 하는 게 당연하다. 당선인이 못 챙겼다면, 인사팀이 이를 걸렀어야 했고 그보다 먼저 후보자 스스로가 공직 진출의 적절성 여부를 판단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공직-로펌-공직’을 도는 회전문 이력도 공직자의 직업윤리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한 후보자는 2002년 한·중 마늘 파동으로 청와대 경제수석에서 물러난 후 8개월 동안, 경제부총리와 국무총리, 주미 대사를 거쳐 2017년 말 무역협회장을 그만둔 뒤로 4년4개월 동안 두 차례에 걸쳐 김앤장에서 고문으로 일했다. 이때 받은 보수가 총 20억원에 가깝다. 물론 고위 공직자의 로펌행과 고액 보수가 불법은 아니다. 많은 고위 공직자가 퇴직 후 로펌으로 이직한다. 그러나 전관예우 성격의 고액 연봉을 받다 다시 공직에 돌아오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박근혜 정부 때 국무총리로 지명된 안대희 전 대법관, 이명박 정부 때 감사원장에 내정된 정동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이 모두 로펌 재직 시 고액 보수 문제로 낙마했다. 한 후보자는 ‘자택 장기·고액 임대’ 의혹과 론스타 헐값 매각 연루 의혹도 받고 있다. 연륜과 실력, 청문회 통과 가능성 등에 앞서 국민의 눈높이도 함께 챙겨봤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이들 외에도 1차 내각 장관 후보자 중 상당수가 ‘관사 재테크’(이종섭 국방부), ‘사외이사 이해충돌’(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부적절한 역사관’(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등의 논란에 휩싸여 있다. 오는 19일부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인사청문회가 시작된다. 윤 당선인 측은 후보자들에게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만한 시원한 설명을 내놓든지, 아니면 서둘러 대안을 제시하는 게 국민들에 대한 도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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