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도 빅테크 기업이 있지만 이처럼 세계적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삼성전자를 보자. 사상 최고의 영업 실적에도 불구하고 근래 주가는 7만원을 밑돈다. 워런 버핏의 벅셔해서웨이 ‘클래스A 주식’ 주가가 최근 53만달러(약 6억5000만원)를 돌파한 것과 비교된다. 국내외 어려운 환경도 주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문제는 이재용 부회장 가족이 5년간 12조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납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12조원을 납부하려면 매년 2조원 이상의 주식을 처분해야 하고, 이 매물은 시장에 흘러들어 주가를 주저앉힌다. 주식 처분 후 소유지배구조 변화도 예상된다. 기업지배구조 전문가 오다니엘 부사장을 영입한 것은 그런 고민을 반영했을 것이다. 계열사 지분 보유만으로 그룹의 오너 체제를 지속할 수 있을지, 창업 4대째까지 한국 1위 기업의 위상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제프 베이조스가 없는 아마존, 일론 머스크 없는 테슬라의 승승장구를 기대할 수 있을까.
아마존은 작년에만 50만 명을 고용했다. 한국의 아마존이라고 할 수 있는 쿠팡도 6만6633명(올 2월 말 국민연금 가입자 기준)을 고용해 국내 고용으로 삼성전자(11만2157명)와 현대자동차(6만8837명)에 이어 고용인원 3위다. 고용은 오프라인 기업만이 할 수 있다는 통념을 완전히 부쉈다. 쿠팡 대구 첨단물류센터 준공에 이어 추가 투자를 고려하면 생산·부가가치 유발 효과만 1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대구시는 전망했다. 전국 10여 개 지방자치단체와 이 같은 물류 인프라 구축을 추진 중이며 지난해 상장 이후 밝힌 투자 규모만 1조500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쿠팡과 거래한 지역 소상공인은 두 배 성장했고, 전통시장 활성화 프로그램으로 소상공인 및 지역사회 성장과 동행했다.
카카오는 상생기금 3000억원을 투입하기 시작했고, 우리 농수산물이 제값을 받도록 판로를 열어주는 ‘제가버치’ 프로젝트를 확대 운영하기로 했다. 작년 8월부터는 공급 과잉이 예상되는 농산물을 대량 매입해 공동 주문 플랫폼인 카카오 메이커스를 통해 판매하고 있다.
NHN은 지난해 12월 ‘NHN 아카데미’를 설립했다. 1호 개원은 경남캠퍼스다. NHN 아카데미는 지자체·대학·기업 간 인재 양성 협력 프로그램인 지역혁신플랫폼사업으로 마련됐다. 지역 청년이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나고, 지역 기업은 인재를 찾지 못하는 악순환을 끊기 위한 것이다.
이처럼 한국 빅테크 기업들은 소비자 후생을 높이고 소상공인과의 협업으로 상생을 도모하며, 혁신을 통해 눈부신 성장을 해왔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런 노력을 보고도 못 본 척 ‘온플법(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전자상거래법 등을 제정하겠다면서 빅테크 기업들을 위협하더니, 근래에는 그것도 모자라 기업 그룹 총수를 지칭하는 ‘동일인’ 지정 제도를 ‘한국계 외국 국적 보유 자연인’에게도 적용한다고 한다.
21세기에 핏줄을 연유로 한국계 외국 국적 보유자만 차별하겠다는 발상도 유치하거니와 외국에 살고 있는 외국 국적자에게 내리는 행정법상 과징금 처분과 형사처벌이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통상마찰도 문제다. 동일인 제도 자체가 괴물로 변한 지 오래다. 그동안 정부는 반시장적 경제정책으로 기업들을 충분히 힘들게 했다. 한국형 GAFA가 나오길 기대하는 것은 잠꼬대일 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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