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코로나로 효용 확인된 원격의료, 더 이상 막을 명분 없다

입력 2022-04-17 17:43  

비대면 의료(전화 상담·처방) 시장의 빗장이 풀릴 조짐이다. 방역당국이 현재 한시적으로 허용 중인 비대면 진료를 상시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소식(한경 18일자 A1, 3면 참조)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비대면 진료 허용을 국정과제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어서 원격의료와 관련한 규제가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육성을 공약으로 내건 윤석열 당선인은 대선 후보 시절 “국민 모두가 원격의료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한때 의료시스템 붕괴 위기를 불러온 코로나19 사태가 비대면 진료 상시 허용의 여론적 기반을 조성하고, 원격의료의 성공 가능성까지 보여준 것은 역설적이다. 현행 의료법은 비대면 진료를 금지하고 있지만, 정부는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2020년 2월부터 한시적으로 전화 상담 및 처방을 허용했다. 그동안 약 380만 건(2월 기준)의 전화 상담과 처방이 이뤄졌는데,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나 오진 및 의약품 오남용 사태 등 우려한 부작용은 거의 없었다. 반대론자들의 주장이 힘을 잃게 된 것이다. 시간에 쫓기는 일반 환자뿐만 아니라 감염병 환자와 거동이 불편한 사람, 만성질환자, 고령자 등에게 원격의료는 구세주와도 같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시점이어서 원격의료를 적극 활용해 의료비 부담을 줄일 필요성도 있다.

우리나라는 김대중 정부 때인 2000년 강원도 16개 시·군 보건진료소에서 첫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했지만, 22년 동안 본사업은 못하고 있다. 의료법 개정안이 18대 국회 때부터 제출됐지만 번번이 통과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개원의가 중심인 대한의사협회와 일부 시민단체의 반발에 몸을 사린 정치권의 포퓰리즘 탓이 크다. 문재인 정부도 2020년 5월 원격의료 허용의 운을 뗐다가 의사들이 집단반발하자 발을 뺐다.

그러는 사이 주요국은 원격의료 시대를 활짝 열었다. 2014년 원격의료를 전면 허용한 중국은 이 분야에서 선진국 소리를 듣는다. 2015년 초진 환자에 한해 원격의료를 허용한 일본은 코로나 사태 이후 규제를 모두 풀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원격의료를 금지한 곳은 칠레 등 5개국뿐이다.

비대면 시대에 역행하는 낡은 의료 규제는 국내 기업들을 해외로 내몰고 있다. KT는 최근 베트남 하노이의과대학과 원격의료 서비스 협약을 맺으면서 “한국에서는 의사와 환자 간 비대면 진료 금지 조항이 큰 허들(장벽)”이라고 지적했다. 네이버 자회사 라인도 규제를 피해 일본에서 온라인 진료 서비스를 하고 있다. 팬데믹 이후 원격의료를 포함한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이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의 격전지가 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만 ‘우물 안 개구리’ 신세다.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온 여당(더불어민주당)의 전향적 자세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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