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브랜드 ‘휠라’를 보유한 휠라홀딩스의 오너 윤윤수(75) 회장이 지난달 초부터 이 회사 주식을 대거 사들여 증권·패션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휠라홀딩스는 실적개선 추세 둔화 가능성 등의 이유로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장기간 조정이 이어졌다.
증권업계는 윤 회장이 조정기에 휠라홀딩스 지분을 늘린 것에 대해 오랜 기간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경영권 강화와 주가 방어, 두가지 포석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피에몬테의 지분율은 21.66%에서 23.26%로 확대됐다. 증권업계에서는 윤 회장이 2020년 7월부터 계속된 주가 하락을 지배력 강화의 기회로 삼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휠라홀딩스 주가는 작년 고점(6월29일 종가 기준 5만9300원) 대비 43.7% 급락했다. 피에몬테는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휠라홀딩스 주가가 2020년에도 장내에서 300억원의 주식을 매수한 바 있다.
피에몬테는 자금조달을 목적으로 기존 휠라홀딩스 주식을 담보로 주요 증권사에 거액의 대출한도도 설정해 두고 있다. 현재 휠라홀딩스 지분 54%(765만주)를 담보로 한국증권금융과 한화투자증권으로부터 1250억원의 대출한도를 설정해 놓고 있다. 이는 지난달까지 지분 7.65%(465만주)를 담보로 850억원의 한도를 설정한 것에서 크게 늘어난 규모다.
나머지 대부분은 아들인 윤근창(46) 휠라홀딩스 대표가 갖고 있다. 윤 대표는 최대주주로 있는 의료용 전동스쿠터 제조사 케어라인을 통해 피에몬테 지분 20.77%를 보유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휠라코리아의 월급쟁이 사장이었던 윤윤수 회장은 2005년 MBO(내부경영자인수)방식으로 휠라코리아를 인수했다. 당시 윤 회장의 지분율은 14% 수준이었다.
이후 신주인수권 등을 활용해 20%대까지 지분을 늘렸으나, 낮은 지분율, 옥상옥 지배구조 등의 이유로 2010년대 초반부터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주가가 조정 받을 때마다 지분율을 꾸준히 늘려온 것은 이런 문제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수년간 국내 증시에서 소액주주들의 입김이 세진 것도 주가부양 필요성이 커진 것도 지분 매입의 배경으로 꼽힌다. 휠라 관계자는 “피에몬테가 최근 휠라홀딩스 지분을 늘린 건 주가 하락을 방어하고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본업인 휠라 부분을 뛰어넘은 골프장비 손자회사 아쿠쉬네트의 초호황이 큰 영향을 미쳤다. ‘타이틀리스’ 브랜드를 앞세운 아쿠쉬네트는 2016년 휠라에 인수·합병(M&A)돼 지난해 291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휠라(2014억원)를 역전해 명실상부한 그룹의 ‘주력’으로 떠오른 것이다.
문제는 아쿠쉬네트의 올해 실적이 작년만 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하누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아쿠시네트의 역기저 효과로 인해 휠라홀딩스의 1분기 수익성이 크게 훼손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휠라의 브랜드 파워에 대해 시장에서 의문을 제기하는 것도 불안요인으로 꼽힌다. 휠라의 브랜드 파워가 훼손되면 전 세계에서 유입되는 로열티가 크게 감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휠라홀딩스가 지난 2월 휠라의 브랜드 인지도 제고를 위해 5년간 1조원을 투자하는 5개년 발표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윤근창 대표는 휠라홀딩스의 100% 자회사인 휠라코리아 운영을 이랜드 출신 김지헌 대표에게 맡겼다. 자신은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글로벌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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