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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중고' 시대입니다. 고(高) 물가에 고금리, 고환율까지 겹쳐 여러모로 힘든 때입니다. 경기만 받쳐준다면 '쓰리 고'의 활황으로도 이어질 수 있겠지만 그러지 못해 다들 안절부절입니다.
게다가 고물가는 정점 부근에 근접했지만 고금리와 고환율은 아직 초입 수준입니다. 여러 변수가 숨바꼭질을 하고 있어 그 끝을 쉬이 예측하기 힘듭니다.
그래도 작은 단서 한자락이라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이번 주에 생깁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처음으로 전 세계 중앙은행 총재와 재무 장관들이 모이는 자리입니다. 18일(이하 각국의 현지시간)부터 24일까지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춘계회의입니다.
3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열리는 이 행사엔 세계의 '대역죄인'이 된 러시아와 대선이 있는 프랑스, 호주 등을 제외하고 주요 20개국(G20)의 중앙은행 총재와 재무장관이 총집결합니다. 뉴스의 블랙홀이 된 우크라이나 전쟁과 긴축 정책을 놓고 열띤 토론을 할 예정입니다.
이 자리에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과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도 참석합니다. 파월 의장은 또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와 함께 21일에 있는 IMF 행사의 패널로도 함께합니다.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있을 '빅 스텝' 금리 인상을 앞두고 파월 의장의 마지막 발언이라 귀추가 주목됩니다.
약세장의 유일한 비빌 언덕인 기업 실적도 나옵니다. 테슬라와 넷플릭스를 비롯한 대형 기술주, 유나이티드 에어라인과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같은 우량 경기재개(리오프닝) 주가 선봉에 섭니다. 이들이 은행주들이 망쳐 놓은 어닝 시즌 분위기를 바꿔놓을 수 있을 지 여부가 관전 포인트입니다.
글로벌 시장의 청개구리로 자리매김한 중국의 움직임에도 관심이 집중됩니다. 중국은 18일 1분기 경제 성장률을 내놓습니다. 20일엔 기준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합니다. 세계적 리오프닝 흐름 속에 나홀로 문을 걸어 잠근 '상하이 봉쇄령'도 어떻게 될 지가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전체적으로 이번 주엔 기업 실적과 세계 빅샷들의 입, 중국 정책 변화 등이 글로벌 증시를 뒤흔들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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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매파들 줄줄이 등판
세계 빅샷들이 워싱턴에 모입니다. 18일부터 개막하는 IMF WB 춘계회의 각종 행사에 세계 중앙은행 총재들과 재무장관들이 연단에 섭니다. 중국은 화상으로 참석하고 러시아는 불참합니다. 한국에선 19일 국회 인사 청문회를 하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 대신 민좌흥 한은 부총재보가 대참합니다.
Fed 인사들도 22일 '블랙아웃'을 앞두고 잇따라 공개석상에 나옵니다.
18일엔 '3.5% 쇼크'의 주인공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가 연설을 합니다. 지난 7일 불러드 총재는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3.5% 수준까지 올려야 한다"고 해 시장을 놀라게 했죠. 이 말을 실현하려면 올해 FOMC 때마다 50bp(1bp=0.01%포인트)를 인상해야 합니다. 이런 불러드 총재가 이번에 어떤 깜짝 발언을 할 지 시장은 주시하고 있습니다.
19일엔 토마스 조단 스위스 중앙은행 총재가 IMF·WB 행사의 연사로 나섭니다. 같은 날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은 총재도 다른 자리에서 발언을 합니다.
20일과 21일이 하이라이트로 꼽힙니다.
20일엔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가 있는 날입니다. 파월 의장과 옐런 장관 등 세계 빅샷들이 우크라이나 전쟁 파장과 각국의 긴축정책 영향 등을 놓고 머리를 맞댑니다.
21일엔 파월 의장과 라가르드 총재가 IMF 행사에 패널로 참여하거나 연설을 합니다. 앤드류 베일리 영국중앙은행(BOE) 총재도 발언을 합니다.
그리고 긴축 정책 뒤에 따라올 경기침체 소식도 대기하고 있습니다. IMF는 19일에 세계 경제 성장률 수정치를 내놓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세계 및 주요국의 올해 및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내릴 예정입니다. 지난 1월에 발표한 전망치 대비 143개국(86%)의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합니다. 이어 21일엔 Fed의 경기판단 보고서인 베이지북이 발간됩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이 적극 반영돼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우크라이나 편에 서기 힘든 나라들
어디서나 우크라이나 전쟁 얘기입니다.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영향이 큰 이슈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IMF WB 행사에 우크라이나 총리와 중앙은행 총재 등이 총출동하는 이유기도 합니다.
이번 회의에서도 우크라이나 지원책과 우크라이나발 인플레이션에 대해 많이 얘기가 오갈 것입니다.
하지만 '기승전 우크라이나'가 된 것에 대한 불만도 작지 않습니다. 개발도상국과 저소득국에서 그런 목소리가 많이 나옵니다. IMF나 WB의 재원은 한정돼 있는데 우크라이나가 독식해 빚어지는 일입니다.
최근 IMF 구제금융을 두고 옥신각신하고 있는 스리랑카가 대표적 사례입니다. 우크라이나발 인플레이션으로 신음하고 있는 파키스탄, 레바논, 페루 등도 정도의 차이일 뿐 우크라이나 사태를 인도주의적으로만 보기 힘든 나라들입니다.
이 국가들은 IMF나 선진국의 양허성 차관을 주요 재정 수입원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걸 우크라이나가 다 가져가니 입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중이라고 세계적인 지원금을 쓸어가고 전쟁이 끝나면 우크라이나 재건 한다고 모든 지원이 우크라이나로 쏠릴 가능성이 큽니다.
러시아와 중국 지원을 많이 받고 있기는 하지만 아프라카의 상당수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와 서방 세계 진영의 반대에 서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지난달 유엔 총회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철군을 촉구하는 결의안에 대해 아프리카 54개 회원국 중 절반에 가까운 25개국이 기권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당시 전 세계에서 5개국만이 반대하고 35개국이 기권했는데 60% 이상이 아프리카 국가들이었다는 얘기입니다.
사치가 된 '친환경'...재주목받는 '오일머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적 저탄소 드라이브는 멈춰 섰습니다. 러시아는 집계 기관이나 시기에 따라 다르지만 미국,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빅 3' 원유 생산국입니다. 미국과 함께 양대 천연가스 생산국이기도 합니다.
사우디아라비아까지 미국에 등돌린 상황에서 친환경으로 에너지 정책을 전환하자는 것은 허무맹랑한 얘기로 들릴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이번 IMF WB 회의에서도 친환경 주제 토론은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많은 나라들은 러시아 대체재를 찾는데 골몰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단락되더라도 러시아 관련 제재는 바로 풀리기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국처럼 원전으로 돌아가려는 곳도 있고 채산성이 떨어져 포기한 원유 시추 프로젝트를 다시 들여다보는 나라들도 있습니다.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 아닌 다른 나라로부터 가스를 직수송할 수 있는 인프라 건설을 추진 중입니다. '태양광과 해상풍력 에너지 개발에 힘을 쏟자'는 주장은 힘을 잃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산유국들의 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습니다. 미국을 골치 아프게 하는 사우디나 아랍에미리트(UAE)는 물론이고 사우디와 각을 세우고 있는 이란, 한동안 산유국 대열에서 잊혀진 베네수엘라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 '오일머니'가 세계 증시나 채권 시장의 큰 손으로 재등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희소식을 들려줄 곳은 테슬라와 중국
악재 투성이지만 호재도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에 빠져 있지만 투자자들은 다른 곳에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테슬라는 이번 주중 중국 상하이 공장을 재가동할 가능성이 큽니다. 로이터통신은 테슬라가 18일부터 상하이 공장의 생산 재개를 준비하고 있으며 현지 당국의 승인을 받았다고 보도했습니다. 3주째를 맞은 상하이 봉쇄령이 어느 정도 완화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그리고 테슬라는 20일에 분기 실적을 발표합니다. 앞서 19일엔 넷플릭스가 실적을 내놓습니다. 리오프닝주인 트래블러스(19일)와 유나이티드 항공(20일), 아메리칸 항공(21일), 아메리칸익스프레스(22일) 등도 대기 중입니다. IBM, P&G, 존슨앤존슨, 다우, 버라이존 등 다우존스 30산업평균지수를 구성하는 블루칩들도 즐비합니다.
중국은 18일에 1분기 성장률을 내놓습니다. 지난해 4분기 4% 성장으로 바닥을 찍고 4.2%로 소폭 상승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다만 상하이를 비롯한 주요 도시의 봉쇄령이 반영돼 있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20일 사실상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발표합니다. 중국은 지난해 12월 LPR을 인하한 뒤 계속 동결해왔지만 경기침체 우려에 대응해 4개월 만에 다시 기준금리를 인하할 지 관심입니다. 중국이 이달 들어 4개월 만에 지급준비율을 내린 데 이어 기준금리까지 인하한다면 봉쇄령 파장이 그만큼 크다는 점을 방증합니다.
전체적으로 빅샷들의 매파적 발언에 맞서 기업 실적과 중국발 소식이 어느 정도 대응해줄 지가 이번주 증시의 향방을 결정지을 전망입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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