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8만개 중소기업을 대표하는 중소기업중앙회가 회장 선거 제도 개편을 추진한다. 최근 회장 연임을 촉구하는 성명서가 연판장처럼 돌기도 해 10개월 앞으로 다가온 내년 2월 차기 회장 선거에 벌써부터 중소기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중기중앙회 선거제도개선위원회는 지난 2월 정기총회에서 각 업종을 대표하는 중소기업협동조합 이사장 등 340여명 회원에게 선거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최근에도 이와 관련해 계속 중소기업계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개선안은 △선거운동기간 확대 △선거일정 조정 △후보조정위원회 역할 강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특히 개선안에 따르면 앞으로 회장 후보 예정자 및 입후보자를 대상으로 ‘차기 중앙회장 적합도 조사’를 실시한다. 적합도는 투표권이 있는 회원을 상대로 "차기 중앙회장으로 어느 후보가 가장 적합한가"를 전화 면접 방식으로 조사하게 된다. 조사 응답률이 50%이상인 상황에서 일정 수준 지지율이 나오지 않으면 후보자에게 '사퇴'를 권고하게 된다. 다만 사퇴 권고는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후보자가 받아들이지 않아도 된다.
중기중앙회측은 "후보자가 난립하면서 선거가 과열되고 이로인한 각종 투서와 고소 고발 등으로 중소기업계 갈등이 커졌다는 이유에서 도입하는 것"이라며 "내년 선거에선 적용하지 않고 그 다음부터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중소기업인들은 "'적합도 조사'는 어느 경제단체나 조합도 도입한 적이 없는 제도"라며 "현직에 유리해 지나치게 선거권을 제한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개선안엔 선거운동기간을 기존 20일에서 30일 이내로 확대하고 선거공고일을 선거일 40일전에서 50일전으로 조정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중기중앙회측은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의 선거운동기간이 120일이고 농협과 수협 등 중앙회장 선거운동기간이 44일인 것에 비해 중기중앙회장 선거는 너무 짧아 후보자 공약검증 기간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한편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의 연임을 촉구하는 성명서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어 김 회장의 출마 여부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김 회장은 2007∼2015년 8년간 23~24대 중기중앙회장을 역임한 뒤 2019년 회장직(26대) 재도전에 성공했다. 규정상 한 차례 더 도전이 가능하다. 김 회장은 아직 출마 여부를 밝히지 않은 상태다.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전국 지역별 조합이사장협의회에서 김 회장의 출마를 촉구하는 성명서가 연판장처럼 돌기도 했다.
서명난이 비어있는 이 성명서에선 '코로나19 대출 만기연장', '중소기업법상 협동조합의 중소기업자 지위가 인정', '납품단가조정협의권 확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최소화' 등 김 회장의 성과들이 나열돼 있다. 또 "각종 규제가 쏟아져 기업하기 어렵다는 소리가 들리고 있다"며 "납품단가연동제 도입, 중대재해처벌법 독소조항 개선, 주52시간 근로제 유연화 등 아직 해결되지 않은 역점 사업들의 마무리를 위해서라도 한번 더 출마해달라"고 호소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전국 시·도단위별로 과반수 이상의 조합 이사장들이 이 성명서에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중소기업을 위해 이렇게 오랜기간 헌신한 사람이 없기에 이런 성명서가 모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교체를 원하는 일각에선 반발 조짐도 보인다. 한 조합 이사장은 "'제발 서명 좀 해달라'는 부탁 전화가 여기저기서 많이 왔다"며 "일부 이사장들은 '벌써부터 선거운동 하는 것이냐'며 불쾌함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김 회장이나 중기중앙회가 이러한 성명서 수집에 관여한 바가 없다"며 "아직 김 회장도 출마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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