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일 새벽 서울 평창동의 한 갤러리 앞엔 텐트가 길게 늘어섰다. 이날 오전 10시 개막하는 전시에서 작품을 구입하려는 2030세대 컬렉터들의 줄이었다.
유명 작가의 작품을 파격적인 가격에 살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이날 개인전을 연 청신(41)은 최근 SNS 등지에서 인기가 높긴 하지만, 전체 시장을 놓고 보면 존재감이 크지 않은 신진 작가다. 갤러리 관계자는 “요즘 2030세대는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를 아랑곳하지 않고 작품이 마음에 들면 지갑을 연다”고 했다.
‘미코노미 바람’은 미술과 클래식 등 예술시장에도 불고 있다. 미술시장의 주도권은 중·노년층 재력가에서 2030세대로 완전히 넘어갔다. 이순심 갤러리나우 대표는 “종전에는 고객 대부분이 유명 작가의 고가 작품이나 ‘우량주’를 사모으는 중·노년층이었지만, 요즘은 아트페어 등에서 작품 구입 문의를 하는 이들 중 절반가량이 젊은 층”이라고 소개했다.
클래식도 마찬가지다. 인터파크에 따르면 2020년 전체 공연 매출 중 3%에 불과했던 클래식 공연 비중은 지난해 12%로 높아졌다. 2030 관객 비중이 56%까지 늘어난 영향이 컸다. 공연업계 관계자는 “지난 1~2년 사이 유튜브에서 클래식 관련 채널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MZ세대 비율이 급증했다”며 “구독자 53만 명을 보유한 채널 ‘또모’에 출연한 연주자들의 공연 티켓이 열리는 족족 완판되는 게 단적인 예”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고급 문화시장에서 2030세대의 존재감이 커진 계기로 ‘TV의 몰락’을 꼽는다. 과거 문화계에서는 ‘일방향 플랫폼’인 TV에 자주 나오는 장르나 작가, 공연 등이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원하는 콘텐츠만 골라 볼 수 있는 유튜브와 SNS가 등장하면서 상황이 확 바뀌었다. 2030세대는 유튜브와 SNS를 통해 갈수록 취향을 세분화하고 좋아하는 장르를 파고들었다.
유통시장도 소비층 변화에 따라 급변하고 있다. 최근 인스타그램에서는 수십만~수백만원대 그림을 한 점씩 올려 판매하는 보따리 화상(畵商)이 증가했다.
다이렉트 메시지(DM)로 가격을 문의한 뒤 마음에 들면 송금하고 작품을 배송받는 식이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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