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샌드박스? 규제 샌드위치!

입력 2022-04-18 17:45   수정 2022-04-19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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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성과로 내세우는 규제 개혁 사례인 ‘규제 샌드박스’가 헛돌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규제 개선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다섯 개 중 한 개꼴에 불과하고, 절반 가까이는 사업이 제대로 이뤄지지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2019년 규제 샌드박스 제도가 시행된 뒤 올 1월까지 총 632개 과제가 실증특례 등으로 승인됐다. 이 중 실제 규제 철폐 등 제도 개선으로 이어진 사례는 129건(20.4%)에 불과했다. 부가조건 등의 문제로 사업을 중단했거나 시작하지 못한 사례도 271건(42.9%)에 이르렀다.

규제 샌드박스는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놀 수 있는 모래놀이터(샌드박스)에서 착안한 용어다. 규제를 바로 풀어주지는 못하더라도 안전한 환경에서 실제로 신사업을 운영해볼 수 있도록 일정 기간 규제를 유예 또는 면제해주는 제도다. 국무조정실은 보도자료 등을 통해 “지난해 말까지 관련 기업 매출이 1500억원 증가했고, 6300개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성과를 홍보하고 있지만, 규제 샌드박스 적용 사례의 전체 규모를 감안하면 부진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2019년 배달 오토바이의 배달통에 디지털 광고를 다는 ‘디디박스’ 서비스로 규제 샌드박스 승인을 받은 뉴코애드윈드는 국내 사업을 접었다. 규제 샌드박스 승인은 받았지만 전남과 광주 지역에 오토바이 100대 규모로만 사업할 수 있도록 한 게 문제였다. 100대로는 사업성이 없어 대구 등 다른 광역시까지 총 400대 규모로 운영하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토교통부는 찬성했지만 행정안전부가 안전을 이유로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최근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 배달앱 업체와 협업해 해외 진출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버스 외벽에 발광다이오드(LED) 광고판을 설치하는 서비스로 2019년 규제 샌드박스 승인을 받은 제이지인더스트리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행안부가 버스 10대에만 운영해보라는 조건을 단 것이 사업의 발목을 잡았다. 10대로는 수익성이 나지 않았고, 이 업체는 승인 후 1년 만인 2020년 폐업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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