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의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추진에 반기를 든 김오수 검찰총장의 사표를 반려하고 김 총장과 전격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검수완박에 대한 검찰의 집단적인 반발 움직임을 인정하면서도 민주당의 입법 추진 역시 명분이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국회에서는 이날 민주당이 관련 법안 심의에 나서면서 국민의힘과 마찰을 빚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국민들이 검찰의 수사 능력을 신뢰하는 것도 맞지만, 수사의 공정성을 의심하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라며 “과거 역사를 보더라도 검찰 수사가 항상 공정했다고 말할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법제화와 제도화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또 “검찰에서 끊임없는 자기 개혁과 자정 노력을 해야 한다”며 “개혁은 검경의 입장을 떠나 국민을 위한 것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의 입장 표명과 자정 노력에 힘을 실어주는 듯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개혁의 필요성도 언급한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이 민주당과 검찰 중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보다는 양측에 대안을 주문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발언은 검수완박에 대한 김 총장의 반대뿐 아니라 대안까지 경청한 뒤 나온 것”이라고 했다.
김 총장은 지난 13일 문 대통령에게 검수완박 문제와 관련해 면담을 요청했지만, 청와대는 15일 “지금은 국회가 논의해야 할 시간”이라며 사실상 거절 의사를 전했다. 결국 김 총장이 17일 “갈등과 분란이 발생한 것에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밝히고 잠적하자 급히 이날 면담이 이뤄졌다. 김 총장은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여러 가지 문제점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해 드렸다”며 사퇴를 철회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해당 법안과 관련해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지 않으면 앞으로 기회가 오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라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 정부, 국회에서 처리할 수 있는 의석수 등이 다 맞아떨어져야 하기 때문”이라고 강행 의지를 드러냈다. 민주당은 15일 검찰의 6대 범죄 수사권 규정 등을 삭제하는 내용의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민주당은 이번주 법사위에서 법안을 의결하고 다음주 초 본회의에서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문재인 정부 마지막 국무회의인 5월 3일 공포까지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이날 밤 법안을 소위에서 처리하려던 민주당은 입장을 바꿔 1~2일간 추가 논의하기로 했다. “국회 전문위원의 법안 심사 내용 등 필요 서류가 넘어오지 않는 등 심의에 하자가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날 긴급회의를 연 전국 고검장들은 문 대통령 면담을 마친 김 총장에게 “국회에 출석해 검찰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해 달라”고 요청했다. 집단 사퇴까지 예상됐지만 일단 한발 물러선 것이다. 19일에는 전국 평검사 대표 150여 명이 회의를 열고 검수완박 법안의 문제점과 대응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임도원/김진성/설지연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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