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여세 재원 마련…'한화 3세' 승계고민 '마침표'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입력 2022-04-19 10:44   수정 2022-04-19 18:46


한화그룹 오너일가가 한화에너지를 지렛대 삼아 승계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다. 이 회사를 바탕으로 승계 재원을 마련하는 동시에 그룹 지주사인 ㈜한화 지분을 확대하고 있다. '오너 3세→한화에너지→㈜한화'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구축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3000억대 증여세 고민 끝나간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화에너지는 지난해 중간배당으로 501억원을 지급했다. 이 회사는 김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사장(지분 50%),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25%), 삼남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25%) 등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율에 따라 김 사장이 250억원, 김 부사장과 김 상무가 125억원씩의 배당금을 받았다.

김 사장을 비롯한 삼형제는 이미 계열사를 통해 배당을 두둑하게 받았다. 한화에너지에 흡수합병된 에이치솔루션(옛 한화S&C)을 통해 배당금으로 2490억원을 받았다. 이번 한화에너지 배당까지 합치면 배당금은 2990억원에 달하며, 김동관 사장 몫의 배당금은 1495억원에 이른다. 김 사장은 이 같은 배당금 등으로 증여세 재원을 확보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승연 회장은 ㈜한화 지분 22.65%를 보유 중이다. 전날 종가(3만200원)를 적용하면 보유 지분 가치는 5127억원에 이른다. 김 회장 지분을 김 사장이 증여받을 경우 과세율이 60%(할증률 20% 적용)에 이른다. 단순 계산으로 과세율에 따라 3076억원의 증여세를 내야 한다. 상당한 액수지만 김 사장이 그동안 한화에너지 등으로부터 받은 배당금과 보유 지분을 활용하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평가가 많다.

한화에너지는 최근 5년 동안 연간 당기순이익이 320억~880억원에 이르는 만큼 현금창출력이 탄탄하다. 여수, 군산 발전사업이 안정적 수익을 올리는 데다 작년 당기순이익 6480억원을 거둔 한화토탈에너지스와 한화시스템 주식도 보유 중이다. 이들 한화에너지 보유 계열사 지분을 유동화하는 형태로 조(兆)단위 현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김동관 사장은 한화에너지를 지렛대 삼을 수 있는 만큼 세금 고민이 한결 가볍다는 분석이 많다.
한화, 한화에너지 흡수합병할까
상속·증여세 고민이 상당한 다른 대기업 오너일가 2, 3세들과 비교하면 김 사장의 단단한 입지는 더 부각된다. 다른 오너일가들은 상속·증여세를 내지 못해 물려받은 주식을 은행과 국세청에 담보로 맡기거나 보유 지분을 매각하는 등으로 대처하고 있다. 고(故) 조양호 전 회장의 한진칼 지분을 물려받으면서 2700억원의 상속세를 부과받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의 상속세 재원을 마련을 놓고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온다.

상속·증여세와는 별도로 한화에너지를 통해 사실상 그룹 지배력도 강화하고 있다. 한화에너지는 작년에 ㈜한화 지분을 4.2%에서 9.7%로 대폭 불렸다. 한화에너지가 앞으로 ㈜한화 지분을 더 끌어올릴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김동관 사장이 한화에너지를 통해 ㈜한화와 그 계열사를 지배할 수 있다는 관측이 많다.

하지만 김동관→한화에너지→㈜한화→그룹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는 '옥상옥' 구도인 만큼 간결한 지배구조를 위해 한화가 한화에너지를 합병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흡수합병 과정에서 한화는 한화에너지 주주인 김동관 사장에게 자사주를 지급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김 사장이 한화그룹 지분을 넉넉하게 확보하며 사실상 승계작업이 끝날 수도 있다. 후속 조치로 차남 김동원 부사장, 삼남 김동선 상무의 계열분리 작업도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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