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200개, '7대 배제'에도 인사 검증 왜 구멍 뚫리나 [여기는 논설실]

입력 2022-04-20 09:00  


이번에도 어김 없다. 윤석열 정부를 이끌 첫 내각 구성이 완료됐지만, 인사 파문이 또 일어났다. 역대 정부 모두 예외없이 겪었던 일이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는 김앤장에서 고문료 19억원을 받아 ‘전관예우’ 의혹을 받고 있고, 자택을 미국계 기업에 빌려주고 임대료로 6억원을 받은 것을 두고는 이해충돌 논란을 빚고 있다. 특히 경북대 병원장을 지낸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자녀가 경북대 의대 편입 과정에서 ‘아빠 찬스’ 특혜를 입었는지 여부를 두고 거센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관사 재테크’ 의혹을,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는 대기업 사외이사를 맡아 이해충돌 의혹을 받고 있다.

인사청문회 제도가 처음 도입된 것은 김대중 정부 때인 2000년이다. 국무총리와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국세청장, 경찰청장 등을 대상으로 했다가 2005년엔 국무위원 후보자 전원으로 확대됐다. 도입된 지 22년이 됐지만, 아직도 조각(組閣), 개각 때마다 논란이 이는 이유는 뭘까.

인사 검증 논란은 역대 첫 내각 구성 때 더 심했다. 정권 출범 이전이다보니 아무래도 검증이 체계적, 효율적으로 작동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땐 후보자들의 부동산 과다 보유, 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이춘호 여성부 장관 후보자와 남주홍 통일부 장관 후보자, 박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낙마했다. 박근혜 정부 땐 김용준 초대 총리 지명자와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자진사퇴했다. 문재인 정부 조각 땐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등이 이런 저런 이유로 낙마했다.

인사 때마다 낙마 사태가 벌어지자 이명박 정부는 인사 검증 시스템 전반을 손봤다. 2010년 고위공직자가 되려는 사람에게 검증 질문 200개를 던져 꼼꼼하게 점검토록 하는 자기검증서를 만들었다. 자기검증서의 질문은 △재산 형성(40개) △직무윤리(33개) △사생활(31개) △납세 등 각종 금전납부 의무(26개) △전과 및 징계(20개) △연구윤리(15개) △병역의무 이행(14개) △학력 및 경력(12개) 등 아홉개 항목으로 구성됐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잇단 인사 파문이 일자 고위공직자 배제 7대 원칙을 정했다. 고위 공직 예비후보에 오른 인사들에게 보내는 질문에는 △병역기피(4개) △세금 탈루(3개) △불법적 재산증식(2개) △위장전입(2개) △연구 부정행위(3개) △음주 운전(3개) △성관련 범죄(2개) 등이 담겼다.

그런데도 인사 검증 파문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뭘까. 전직 인사 검증 담당자의 회고다. “재산, 논문, 자녀의 이중국적 및 부정 입학 문제, 투기, 범죄 사실 등 기본적인 사항은 경찰 자료와 현장 확인을 통해 쉽게 확인된다. 어려움은 다른 데 있다. 온갖 마타도어(흑색선전)성 제보들이 들어온다. 이런 제보들을 일일이 확인하려면 많은 시일이 걸려 다 점검하기 매우 어렵다는데 문제가 있다. 적임자라고 생각해 대통령이 삼고초려해도 가족들이 탈탈 털리기 때문에 손사래를 치는 사람도 많다. 그러다 보니 후보 10명 중 선순위 9명이 모두 탈락하고 10순위가 발탁되기도 했다.”

문제는 기본적인 사안조차 무시하고 무리하게 발탁하는 경우다. 예를 들어 투기 의혹의 경우 등기부등본, 토지대장을 떼 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전직 청와대 인사 담당자는 “실무진에서 부적격이라고 판단하는데도 대통령이 ‘꼭 이사람을 써야겠다’고 낙점하면 별 수가 없다”고 했다.

스스로 정한 인사 원칙을 거스르고 임명을 강행한 사례는 문재인 정부에서 유독 많았다. 7대 기준에 따라 장관 및 고위급 인사를 하겠다고 했지만, 대다수 후보자들이 이 기준을 넘지 못하는 일이 연이어 벌어졌다. 문재인 정부에서 야당의 반대로 청문보고서 채택이 안됐는데도 장관급 임명을 강행한 사례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포함해 총 34번에 달했다. 이는 노무현 정부(3번), 이명박 정부(17번), 박근혜 정부(10번) 때의 2배~11배에 달한다.

인사청문회 자체도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능력과 자질 검증보다는 흠결을 찾아내 발목잡기, 망신주기, 신상털기식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나온 건 어제 오늘이 아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여야는 청문회 제도 개선 방안을 모색했고, 40여개의 관련 법안을 제출했다. 미국처럼 인사 청문 과정을 도덕성 검증과 정책 검증으로 이원화하고 후보자와 배우자, 직계존비속 사생활 등 도적적 사항은 비공개로 하는 방안이 다수였다.

그러나 정권교체로 여야가 바뀌면 입장도 달라지면서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새누리당(국민의힘)은 도덕성 검증 비공개, 정책 검증만 공개로 하자고 주장했으나 문재인 정부 들어 입을 닫았다. 반대로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줄곧 이 주장을 펴다가 윤석열 당선인의 첫 내각 인사에서 도덕성 문제에서 더 공세적으로 나오고 있다. 전형적인 이율배반, 내로남불이다.

홍영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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