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온·고압장비 생산 전문기업 에너진이 수소 시장 공략에 팔을 걷었다. 에너진은 차량용 수소충전소 3대 핵심 장비인 수소압축기, 초고압 수소저장압력용기, 열교환기 관련 원천 기술을 모두 보유한 회사다. 3대 원천기술을 앞세워 국내외 수소 시장 지배력을 적극 확대해나간다는 각오다.
수소충전소 3대 핵심 모듈 기술 보유
에너진은 1987년 설립 이후 36년간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압·초고온·초저온·초고진공·급속열제어 기술을 발전시켜왔다. 에너진은 2012년 세계 최초로 냉간등방압성형기(CIP)를 개발했다. 최대 2만5000t의 힘을 가해 세라믹 등 고강도 물체를 성형하는 기기다. 2015년에는 초대형 확산접합기(사진)도 개발했다. 7000기압 이상의 압력으로 서로 다른 소재를 접착제 없이 결합시키는 기술이다. 작년에는 2000기압 이상 초고압에서 급속도로 열을 가하거나 식혀서 물체를 성형하는 기술도 개발했다.에너진은 그간 확보한 초고압 기술 등을 활용해 수소산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작년 수소충전소 모듈의 핵심인 열교환기 제품을 출시하고 실증 단계를 거쳤다. 본격 생산을 준비 중이다. 1000L 저장용기에 대한 미국기계학회(ASME) 인증과 한국가스안전공사(KGS) 안전 인증도 받고 있다. 이와 동시에 에너진은 초고압 수소저장압력용기를 1700L로 확대한 신제품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현재 대부분 수소충전소에서 사용되는 용량(500L)의 세 배를 넘는 규모다.
에너진은 신개념 수소압축기 개발에도 도전해 성과를 내고 있다. 에너진 관계자는 “수소저장용기와 압축기를 일체형으로 제작하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며 “수소 충전시간을 혁신적으로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수소 충전소 1기를 건설하는 비용은 15억원 이상이다. 고장에 따른 부품 교환과 사후관리 비용까지 더하면 비용 부담은 더 커진다. 에너진이 개발한 수소충전소 핵심 제품들의 생산이 본격화되면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수소충전소 핵심 장비의 대부분을 대체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에너진은 “제품 개발 완료 땐 수입품 대체 효과뿐 아니라 세계 수소충전소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수소 생산에도 본격 진출
에너진은 이산화탄소 배출 없는 수소생산 기술 개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천연가스를 열분해해 수소를 생산하고, 부산물로 고부가가치 소재인 카본을 만드는 기술이다.이때 부가적으로 나온 카본은 조건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가공하는 방식에 따라 그래핀(물리·화학적 안전성이 높은 탄소의 한 형태) 등 고부가가치 카본으로 제조할 수 있다. 카본 생산 수익 등을 포함하면 수소를 제조하는 비용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에너진은 2027년 관련 기술 확보를 목표로 현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및 생산기술연구원 등 정부출연기관과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에너진은 한국 수소산업 육성에도 기여하고 있다. 에너진의 수소사업을 총괄하는 이영철 기술연구소장은 2020년 2월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을 제정하는 데도 힘을 보탰다는 평가다.
2019년 1월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과 2019년 10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작성한 ‘수소에너지 로드맵 2019’를 수립하는 데도 참여했다. 2015년에는 환경부의 ‘수소연료전지차 보급 및 충전 인프라 구축 활성화 방안’ 작성에 참여하면서 국내 최초로 수소전기차 및 수소충전소 구축 로드맵을 수립하는 데도 기여했다.
에너진 관계자는 “고온·고압 분야에서 쌓은 30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끊임없는 연구개발과 신사업 진출을 이어오고 있다”며 “정부 정책 수립에도 적극 참여하며 수소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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