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옛 페이스북)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소셜미디어 기업인 트위터는 요즘 월가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종목으로 꼽힌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얼굴)가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선언하며 트위터 이사회와 전면전을 벌이고 있어서다. 대형 투자은행(IB) 등 인수전 참가 후보들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주가도 요동치고 있다.
머스크와 트위터 이사회 ‘전면전’
18일(현지시간)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머스크는 “트위터 이사회 구성원들은 트위터 지분이 거의 없다”며 “이사회의 이익은 주주의 이익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트위터를 인수하면 이사회에 급여를 한 푼도 주지 않겠다”며 트위터 이사회를 전면 공격했다.앞서 지난 14일 머스크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서류를 통해 트위터를 430억달러(약 52조800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 트위터 이사회는 15일 경영권 방어 전략인 ‘포이즌필’을 발동하며 인수 거부 의사를 밝혔다. 포이즌필은 기존 주주들에게 신주를 시가보다 싸게 발행해 적대적 M&A를 막는 전략이다. 그러자 머스크는 16일 트위터에 ‘러브 미 텐더(Love Me Tender)’라며 주식 공개매수를 시사하는 트윗을 올렸다. 텐더 오퍼(tender offer)는 일반 주주에게서 직접 주식을 매입하는 공개매수를 뜻한다.
머스크는 트위터 ‘헤비 유저’다. 머스크의 트위터 팔로어 수는 8249만 명으로 한국 인구(5162만 명)보다 많다. 그는 매일 수차례 트윗을 올리며 테슬라 주가와 암호화폐 시장을 움직이는 등 트위터를 활용해 영향력을 떨쳤다. 동시에 트위터의 검열 방침에 불만을 나타내왔다. 머스크는 지난달 말과 이달 초 “트위터가 표현의 자유를 지키지 않는다”며 “트위터의 알고리즘을 오픈 소스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위터가 어떤 알고리즘에 따라 사용자들의 트윗을 관리하고 삭제하는지 공개하라는 의미다.
美 월가, 누구 편에 설까
미국 월가의 IB와 사모펀드들이 등장하면서 트위터 인수전의 향방은 안갯속에 빠졌다. 이들이 트위터의 백기사(우호주주)가 되느냐, 머스크와 손잡느냐에 따라 상황이 급전개될 수 있어서다.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와 미국 자산운용사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가 트위터 인수 참여를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인수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참전할 전망이다. 미국계 사모펀드 토마브라보는 트위터 측과 접촉해 지분을 직접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가 처음 트위터 인수를 발표했을 때만 해도 월가에선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머스크는 순자산이 2190억달러(약 265조5400억원)인 세계 1위 부자지만 재산 대부분이 현금이 아닌 주식이어서다. 그러나 모건스탠리나 아폴로가 머스크에게 인수 자금을 지원해준다면 적대적 M&A가 급물살을 탈 수 있다.
트위터 창업자인 잭 도시도 머스크의 편에 설 것으로 점쳐진다. 도시는 이날 “트위터 이사회는 지속적으로 기능 장애를 일으킨다”고 비판했다. 17일엔 “2008년 CEO에서 해고됐을 때 이사회가 지분 대부분을 빼앗았다”며 트위터 이사회에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도시가 보유한 트위터 지분은 2.25%로 개인 주주로서는 머스크 다음이다. 그가 합류하면 머스크는 지분 11.45%를 확보하게 된다.
18일 트위터 주가는 나스닥시장에서 전일 대비 7.48% 급등했다. 머스크와 도시의 연합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지난 4일 머스크가 트위터 최대주주로 등극한 사실을 공개해 주가가 27% 폭등한 후 최대 상승폭이다. 월가 IB들이 참전하며 인수전이 달아오른 만큼 주가도 당분간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트위터 인수가가 머스크가 제시한 430억달러에서 10~15% 뛰어 500억달러(약 61조8700억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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