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는 19일 “물가 상승 국면이 적어도 1~2년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앞으로 몇 년간 인플레이션과 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한국의 성장률은 미국만큼 견실하지 않다”며 “미국보다 (기준금리 인상에 있어서) 속도를 조심스럽게 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 후보자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과 싸우고, 장기적으로 고령화에 따른 저성장을 살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현재 물가 상승세에 대해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유가 오름세와 코로나19 사태로 공급망이 흐트러지며 생긴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주거비 상승이 높았는데도 소비자물가지수에는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부분도 있어 서민 고통이 커진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물가 상승 심리(기대인플레이션)가 올라가고 있어 인기는 없더라도 시그널을 줘 물가가 더 크게 오르지 않도록 하는 데 전념하겠다”며 “앞으로 몇 년간은 인플레이션과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4일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연 1.50%로 높인 데 대해선 “경기 하방 위험보다 물가의 상방 위험이 더 큰 점을 반영한 것”이라며 “앞으로 통화정책 운용에서 높아진 불확실성을 고려해 물가 위험과 경기 위험이 어떻게 전개될지 면밀히 살피겠다”고 말했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 가능성에 대해선 “가능성이 있다”며 “금리 역전 시 생기는 부작용은 걱정스럽지만 감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을 허용할 수 있다고 시사한 것이다. 이 후보자는 “미국은 우리나라와 비교해 물가 상승률이 거의 두 배 이상이고, 경제 성장률은 4%대 중반으로 예상돼 금리를 빠르게 올릴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미 간) 금리가 역전되면 자본 유출 걱정이 많은데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괜찮은 편이라 단기적이고 급격한 자본 유출은 없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 후보자는 “걱정하는 것은 금리 역전 시 환율 절하(원화 약세)로 물가 상승 압력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며 “(금리) 격차가 너무 크지 않게 하면서도 전 세계 경제 상황을 보며 속도를 잘 조절하는 미세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미 간 적정 기준금리 차이가 최소 0.53%포인트로 추정된다는 한국경제연구원 분석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 후보자는 “한국과 미국이 처한 성장과 물가의 차이 때문에 반드시 그 갭을 단기적으로 꼭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여러 의견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자는 “고령화가 빨리 진척될 것 같아서 장기적으로는 물가 상승률이 낮아지고 저성장 국면으로 갈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과 싸워야 하고, 장기적으론 고령화로 인한 저성장으로 가지 않도록 구조적인 부분을 미리 살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 “국가채무가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증세를 고려해야 한다”며 “부가가치세(현재 세율 10%) 인상을 통해 마련된 재원을 취약계층 복지 지출로 활용하면 소득불평등 완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했다. 여야는 이날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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