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때 ‘200만원 월급’ 공약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먼저 꺼냈다.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던 윤 당선인 측도 그대로 가져다 써 ‘베끼기’ 논란까지 일었다. 이른바 ‘이대남(20대 남성)’의 지지를 끌어내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공약을 실현하는 데 따른 문제점이 한둘이 아니라면 다시 살펴보고 현실에 맞게 재조정하는 게 마땅하다. 이 공약을 실행하면 간부보다 병사가 월급을 더 받는 모순이 생길 수 있다. 현재 하사 1호봉 월급은 약 170만원, 소위 1호봉은 약 175만원이다. 이런 불합리를 해결하고 간부들 불만을 달래려면 부사관부터 장군까지 월급을 줄줄이 올릴 수밖에 없다. 공약대로라면 병사 월급 인상에만 연 5조1000억원이 더 필요하다. 올해 국방예산(54조6112억원)의 9.3%에 이른다. 간부 월급까지 인상하면 8조~10조원의 막대한 예산이 더 소요된다. F-35 스텔스 전투기 40대 또는 최첨단 사드 8개 포대를 도입할 수 있는 규모다. 인수위는 재원 조달 방안으로 지출 구조조정이라는 대략적 방향만 제시했는데, 전력 증강 예산을 제외하면 어디서 이렇게 큰돈을 줄일 수 있는 건지 의아스럽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 속에서 무엇이 우선인지 돌아봐야 한다.
윤 당선인 측은 ‘자신의 의지로 입대한 게 아닌 만큼 병사에게도 최저임금을 보장하는 게 공정과 상식이 열리는 나라’라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상시적 안보 위기를 맞고 있는 징병제 국가에서 국방은 대가가 아니라 의무가 우선이다. 징병제 실시 국가 중 한국 병사 월급보다 더 많은 곳을 찾기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 전쟁의 위험에 노출된 이스라엘의 전투병 월급도 50만원 수준이다. 병사 월급 200만원은 모병제를 실시하는 미국(2년차 미만 상병 약 2100달러) 못지않고, 역시 모병제인 영국과 프랑스 병사 초봉과 비슷하다.
병사 처우를 개선하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으나 모병제로 전환할 때 검토해야 할 ‘병사 최저임금 보장’을 지금 꺼내는 것은 선후가 바뀌었다. 병역마저 포퓰리즘에 함몰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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